
국가에너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 부문 에너지 소비량은 최근 3년 평균 국가 전체 소비량의 9~10%선이다. 산업용 에너지 소비가 60%를 전체 차지하는 특성상, 언뜻 보면 가정용은 무시해도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가 차원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가정 부문 역시 중요하다. 에너지 고효율화와 탄소배출 저감 실천 주체인 국민들의 생활과 의식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다. 밀집도가 높은 공동주택(아파트)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저감 여지 또한 높다는게 각계 공통 의견이다.
정부가 업계·기술계와 머리를 맞대고 개별 가정은 물론 공동주택 단지의 에너지 소비를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관리·제어할 수 있는 이른바 홈에너지전자시스템(HEES) 표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간, 가정내 많이 쓰는 냉장고, 에어컨 등 개별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제조사들의 자발적인 연구개발(R&D)도 한몫했지만, 소비자들의 친환경 선택권에 의한 트렌드 전환이 주효했다.
문제는 건설사, 에너지 관리기업, IT솔루션업체는 물론 가전 제품 제조사까지 에너지를 다루는 데이터 표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통합 관리는 고사하고 최근 논란이 된 홈패드 활용 조차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표준화시켜 각각의 기기와 솔루션에 적용하고, 이들 다시 시공된 홈 인프라·시스템과 연계한다면 그 자체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다른 건설사, 다른 동이라 할지라도 시스템적 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방자치단체 별로 연결하거나 나아가 국가단위 가정 부문 에너지 관리로 통합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된다. 특히 천연가스, 지역난방 외 약 30%를 차지하는 전력 데이터를 가정 부문 전체로 확보하는 것은 국가 정책적으로 굉장히 긴요하다.
정부 로드맵상 가정부문 내 전기 소비 비중은 최근연도 31% 선에서 2050년 38% 가량으로 비중을 빠르게 높일 전망이다. 전기는 청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생산하는 전단계 에너지는 필수적으로 탄소배출을 요한다. 더구나 매년 잊을 만하면 여름철 전기료 누진세 폭탄이 터지곤 한다.
가정 부문 에너지, 특히 전기는 실생활과 국가 에너지전략에 있어 적지만 중요한 분야다. 이번 HEES 표준화가 가정 부문 에너지 효율 향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관련 업계와 지혜를 모아 첫단추가 잘 꿰어지길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