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투자를 결정할 때는 혁신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국가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당국의 신속한 규제 승인과 급여 승인, 적절하고 공정한 약가 설정 등 조건이 잘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 매력도가 더 높은 국가로 관심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숀 그래디(사진)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사업개발(BD) 수석 부회장은 20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2024 제약바이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래디 부회장은 “혁신적인 한국 제약·바이오 기술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아스트라제네카가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면서도 “빅파마 간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이 더 매력적인 투자 환경과 인센티브를 조성해주면 아스트라제네카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는 것이 그래디 부회장의 평가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전기차뿐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혁신을 주도할 잠재력을 보유한 만큼 아스트라제네카에도 중요한 국가”라며 “이미 한국 기업과 진행 중인 다양한 연구개발(R&D) 협력을 넘어 어떤 분야에 R&D 투자를 늘릴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그래디 부회장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한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최대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를 들여 중국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인수했고 중국 바이오 벤처 에코진과 최대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비만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2년간 체결한 12개 사업 개발 계약 중 7건이 중국 기업과의 계약” 이라며 “규모는 전체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전세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중국의 성과는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진 결과” 라며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임상 연구를 진행해 산업적인 역량을 끌어올린 만큼 정부가 큰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려놓고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느냐가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