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두 번째 취임을 앞두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이 연내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해지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중 패권 경쟁 속 반사이익을 노리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 도전장
셀트리온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주주들에게 전하는 글을 게시하고 현재 추진 중인 CDMO 사업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연내 100% 자회사로 신설 CDMO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설비 증설과 영업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 측은 “트럼프 정부가 핵심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의회에서 추진하는 생물보안법은 셀트리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CDMO 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 이후 중국 기업에 대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연내 입법 가능성이 높은 생물보안법은 미국 연방기관·기업과 중국 바이오 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BGI 등 중국의 대표 바이오 기업이 규제 대상 기업으로 명시돼 있어 이들과 거래 중인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협업 상대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CDMO 시장 선두권으로 부상한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 차바이오텍의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수주전에 한창이다. 지난 5일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팬젠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휴온스, 독일의 백신 위탁생산 기업 지분을 인수하며 백신 CDMO 사업에 진출한 SK바이오사이언스,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 경보제약, 대웅바이오 등도 공장 인수·신설 등을 통해 CDMO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반(反) 중국 수혜 입을까
트럼프 당선인은 약가 인하를 위해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활성화하고 필수 의약품과 원부자재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혀왔다. 특히 대선 공약 ‘아젠다47’을 통해 중국의 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4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는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미·중 패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국내 CDMO 사업이 반(反) 중국 정책의 최대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바이오가 기대하는 또 다른 분야는 바이오시밀러 분야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1기 시절부터 의약품 비용 통제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를 통해 미국 내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62개 바이오시밀러 품목 중 14개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이 판매 허가를 받은 약품이다.
미국 바이오 시장, 변수는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중국뿐 아니라 국내 기업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모든 필수의약품의 미국 생산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스위스, 일본 등 미국의 다른 우방국 기업도 경쟁 상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전 대선 후보의 행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팬데믹 이전부터 백신 사용이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해 의료계의 반발을 사왔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 노바맥스를 비롯해 독일 바이오엔테크, 영국 GSK는 케네디 주니어가 장관의 지명된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 진보 성향의 소비자 권익 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케네디 주니어 장관 내정자는 국가 보건에 명백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예상치 못한 복지 정책을 펼칠 경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은 물론 글로벌 바이오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