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확장 재정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다시 한번 국가채무에 경고등이 켜졌다. 채무 증가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자체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예상대로면 향후 4년간 늘어나는 국가채무 규모만 487조원, 연평균 약 121조7500억원에 달한다. 국가채무가 역대 가장 많이 늘었던 문재인 정부(연평균 81조4400억원) 때보다도 1.5배 많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증세를 하거나 ▶재정·조세 지출을 줄이거나 ▶잘못된 세입∙세출 구조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장 대규모 증세가 쉽지 않다고 볼 때, 관건은 지출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역대 최대인 27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올해(23조9000억원)보다 3조1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내년 총지출 증가액은 54조7000억원으로 2025년(16조7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3조원을 아끼고 38조원을 더 쓰는 셈이다.
비과세∙감면 등으로 깎아주는 조세지출은 내년 80조5277억원으로 올해보다 되려 4조원가량 늘어난다. 정부가 일몰을 앞둔 72개 조세지출 항목을 정비해 5년간 세수 4조6000억원을 추가로 걷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한계가 크다. 현실적으로 사회보험 감면, 카드 소득공제, 연금 세액공제 등 비중이 큰 항목을 손대지 못하면 구조조정 효과는 거의 없다.
구조적 측면에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문제를 이번에도 손대지 못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로써는 재원을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시∙도 교육청에 주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에 연동하도록 정해져 있다. 세입 규모가 커지면 같이 증가하는 구조다. 올해만 약 70조원에 달하는데 10년 만에 30조원가량 늘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쓰임새는 적어졌지만, 교부금은 늘어나니 잉여금은 해마다 불어난다. 고령화 등으로 의무지출이 증가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부담에 시달리는데 교육청엔 곳간이 넘친다.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세금은 덜 걷히고, 지출이 급증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적기에 의무지출 등을 손보지 않으면 일본보다 더 빠른 추세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써야 할 때’라는 방향성이 아무리 합당해도 재정 지출엔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당장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가 큰 짐을 지게 된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