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농상속공제 한도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업법인의 사업 범위를 넓히고 영농조합법인 설립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말까지 ‘농업·농촌 구조개혁 방안’(가칭)을 마련하면서 그중 하나로 영농상속공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지속적으로 관련 세제 개선을 요청해왔다”면서 “후계농 활성화를 위해 상속 공제 한도를 높여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업분야 세대 전환을 위해 영농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영농상속공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영농 종사자는 부모로부터 영농 자산을 승계받을 경우 3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받는다. 증여세의 경우 농지에 한해 5년 합산 세액 기준 1억원까지 감면받는다.
그동안 농업계는 상속·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여달라고 요구해왔다. 현행 제도는 규모화·법인화가 가파르게 이뤄지는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의 ‘농업법인조사’에 따르면 법인결산 자산 10억원 이상의 대규모 농업법인 수는 2012년 2589개에서 2022년 8683개로 세배 넘게 뛰었다. 전체 법인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5.0%에서 34.6%로 올랐다. 자산규모가 30억원이 넘는 농업법인 수도 2022년 기준 3712개에 이른다. 상속공제 한도를 초과한 농가·농업법인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 영농 규모를 축소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뒤처진 상속 제도가 농업 지속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공제 대상과 범위도 지나치게 엄격하다. 농지 외 농산물 가공시설, 가축 등은 상속공제 대상인 영농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농업법인에서 얻는 소득을 비롯해 농외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상이면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제조업, 건설업, 소매·유통업 등 대다수 산업분야에 해당하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원으로, 영농상속공제와 차이가 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기재부는 7월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공제 대상을 중소·중견 기업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대기업까지 넓히고 공제 한도는 최대 1200억원으로 키웠다.
전문가들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농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농업 가운데선 작물재배업과 종자·묘목 생산업만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해당된다.
황의식 GS&J 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영농을 가업상속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사업자등록이 없어 가업상속 대상이 아닐 경우에 대해서는 영농상속공제 한도를 50억∼100억원으로 늘리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여세 개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승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자녀가 30∼40대일 때 미리 자산을 증여받아 영농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국세청 통계를 보면 자산이 50억원 이상인 농업법인이 800여개인데, 이런 현실을 참고해 더 많은 농업법인이 (상속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농식품부는 농업법인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한다. 영농에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사업범위를 농식품 전후방산업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농업법인도 태양광 발전, 스마트농업 기자재 생산·공급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농촌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가족농이 법인을 세우기 쉽도록 영농조합법인 설립 요건도 종전 ‘5명 이상’에서 ‘3명 이상’으로 낮춘다. 농업법인 임원을 농민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