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멘터리] 산업은행은 국민 혈세가 그렇게 쉬운가

2024-07-04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멱살을 잡고 워크아웃에 풀 액셀을 밟았다. 태영에 가장 많은 돈을 떼일 뻔한 산업은행이 애가 탈만 했다. 처음부터 태영 대주주의 자구책을 종용해온 산은은 이미 태영의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을 끝낸 상황.

그런 산은이 돌연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획재정부를 향해 공개 선언을 했다. 강석훈 산업은행장은 정부에 대한 배당자금을 유보하는 것을 제안했다. 산은이 지난해 정부에 지급한 배당금은 8000억원 수준인데 배당금을 유보해 수익성을 더 내겠다는 셈법.

여기에 더해 현물배당도 논의해보자 했는데 2년 연속 최악의 세수펑크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에 할 말은 아니라는 게 정부와 시장의 반응이다. 모두 어려운데 혼자만 잘 살겠다는 산은의 놀부 심보가 못마땅하단다.

현물배당? 현물배당에 시장은 산은이 최대 주주인 HMM과 KDB생명 주식을 떠올린다. 이미 산은은 HMM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했고, KDB생명 추가 증자를 통해 100% 주인이 됐다. 이번 증자까지 포함해 산은이 KDB생명에 갈아넣은 금액은 총 1조5000억원.

HMM 주식은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KDB생명은 사정이 다르다. 기자간담회에서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스스로 ‘아픈 손가락’이라고 자평하기도 한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만큼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다행히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의 대승적 판단으로 매각이 성사됐지만 KDB생명은 첩첩산중이다. 자산으로보나, 영업력으로보나, 수익성으로보나 답이 안나온다.

금융권에선 은행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투잡’으로 ‘보험업’을 꼽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자발적 니즈로 판매되는 보험 상품은 영업 조직이 핵심인 사업이다. 우선 은행맨들이 보험업을 천대하는 관행이 문제다. 좋은 시스템과 리더십 속에서 영업력이 꽃을 피우는 법이다.

은행은 규모의 경제 혹은 관치금융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보험업은 다르다. 보험업은 사고 통계 분석과 손해율 관리, 최적의 시장 분석 및 자산운용이 만들어 내는 고난도 금융이다. KDB생명이 산은의 자회사가 된다 한들 산은의 영화가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욱이 관치금융의 대명사인 정책금융, 산업은행이 가장 해서는 안 될 업종이 보험업이다. KDB생명이 산은 자회사가 된다해도(현재도 실질적 자회사)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 게 뻔하다.

KDB생명 1차 문제는 건전성 이슈인데 산은이 증자 외에는 해결할 길이 없다. 자금력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많이 밑돌고 있어, 재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

솔직히 말하면 보험에 은행은 사업 비즈니스를 발목 잡는, 방해꾼이자 시어머니일 뿐이다. 은행 계열 보험사가 잘 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은행 계열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 채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은행의 살만 찌우는 노예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산은 출신 부행장 자리 하나 더 만들어 내려 애쓰는 곳’, 은행에서 바라보는 보험 자회사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보험사 중 가장 상전벽해한 곳은 메리츠화재다. 손보업계에서 가장 어중간했던 메리츠화재가 대형사 대열에 드는 데에만 10년이 걸렸다. 증권업 중심 금융지주라 관치금융이 불가능했다는 게 성장 비결로 꼽힌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수장의 대명사인 KDB생명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산은이 KDB생명에 돈을 댄 시간도 10년이 넘는다. 같은 10년이지만 두 보험사의 운명은 달랐다.

결과적으로 KDB생명은 KDB생명일 뿐이다. 산은 자회사가 된다고 해서 산은생명보험은 될 수 없다. 산은은 혈세로 계속 돈을 퍼주며 부실기업 구조조정 구원투수 역할 놀이를 그만할 때도 됐다.

보험 전문가들은 청산을 언급한다. 한 관계자는 “보험업 현장 경험과 보험업 구조 파악 능력이 부재한 최고경영자가 은행의 틀에 맞춰 보험사를 경영할 경우 제대로 된 보험사를 만드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마 KDB생명이 민간 기업이었으면 이미 청산됐을 수도 있다. KDB생명 임승태 대표는 관 출신이다. 국민 혈세 축낼 생각 말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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