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 아빠’ 목숨 앗아간 2톤 철근···“왜 일하다 죽는 일 반복되나”

2025-03-13

“오빠 떠난 날 아침에 서진(가명)이가 주말에 아빠랑 캠핑 갈거라고 자랑했었는데…”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 차려진 트럭 운전사 홍모씨(38)의 빈소에서 만난 홍씨 여동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홍씨의 7살 난 아들 서진이를 바라봤다. 홍씨의 아내 이모씨도 “이제 서진이가 좀 커서 같이 자전거도 타고, 캠핑도 다니고 하려 했는데…”라며 눈물을 삼켰다. 아직 아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어린 서진이만 홍씨의 영정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었다.

홍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25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철근 파이프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홍씨를 덮친 철근 파이프의 무게는 총 2t에 달했다. 지름 25㎜, 길이 6m, 무게 30㎏짜리 철근 70개가 지게차에서 한꺼번에 떨어져 홍씨를 덮쳤다. 시공사 협력업체의 트럭 운전사였던 홍씨는 잠시 트럭에서 내린 사이 떨어진 파이프를 미쳐 피하지 못해 그대로 변을 당했다. 동료들이 파이프를 하나하나 들어올렸지만 이미 홍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홍씨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에 홍씨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셀카’ 사진이 그의 영정사진이 됐다. 어머니 정모씨는 붉어진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저 사진을 ‘엄마, 나 살 많이 빠졌지 어때?’하며 보냈었다”며 “참 애교가 많은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홍씨의 큰이모부는 “참 싹싹하고 긍정적이고 저를 정말 잘 따르는 아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씨 친구들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유족들은 “트럭 운전사였던 홍씨가 왜 철근에 깔리게 된거냐”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홍씨 여동생은 “트럭 운전사니까 처음 소식 들었을 때는 당연히 교통사고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깔림 사고가 발생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홍씨의 고모는 “철근은 나르지도 않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홍씨가 사망한 이문아이파크 자이의 공사현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사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철근을 떨어뜨린 지게차 운전자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씨 여동생은 “왜 자꾸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건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안전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냐”며 “책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처벌을 최대한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붉어진 눈으로 아들의 빈소를 지키며 연신 입고 있던 패딩 옷깃을 쓰다듬었다. 정씨는 “이 옷 우리 아들이 내 생일 때 사준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유관기관의 조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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