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금융사의 현지 전략의 핵심은 문화 차이를 고려한 ‘현지화’입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영국 런던에서 만난 대런 케터링엄(사진) 영국 PwC 금융 서비스 부문 리더는 금융 산업의 해외 진출 전략의 최우선순위로 현지화를 꼽았다. 케터링엄 리더는 1994년 PwC에 합류한 후 30년 넘게 금융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은행·자본 시장 전문가다.
케터링엄 리더는 현지화 전략의 첫걸음으로 현지 인재 채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 거래처로부터 신뢰가 있고 네트워크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끌어 모으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며 “현지 금융시장에 녹아들어 즉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수 있는 ‘맨파워’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지인과의 물리적인 화합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화학적 결합을 이뤄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합적 결합에 실패한 사례로 케터링엄 리더는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사례를 꼽았다. 노무라는 2008년 리먼 파산 이후 리먼의 아시아태평양, 유럽·중동 법인을 인수했다. 가장 큰 목적으로 시장 경험이 풍부한 리먼의 고급 인력 흡수였다. 하지만 인수 이후 리먼 전체 인력의 60%가 결국 회사를 떠나 반쪽짜리 인수에 그쳤다. 케터링엄 리더는 “핵심 자산이 회사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 차이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지의 최고 인재를 확보한 후에는 회사의 그룹 문화나 사고 방식에 적절하게 통합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터링엄 리더는 진출한 국가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또 다른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스타트업 초기 펀딩에 강하고 미국은 일정 단계에 오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에 강하다”면서 “한국 금융사도 해당 국가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고 상대적으로 큰 금융사가 진출하지 않아 기회가 남아있는 분야를 탐색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핀테크와 가상자산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핀테크와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들도 관련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한국 금융사가 이 분야에 진출하면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 금융 당국의 규제를 잘 이해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그는 “각 국가별로 금융 당국의 규제 방식이 다소 다르다”면서 “미국은 금융사가 준수해야 하는 구체적인 규제가 나와있는 ‘룰북’이 있지만 영국은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탄력적인 내비게이팅(해석 및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