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규제 벗고 자율차 '무한 학습'…테슬라·바이두 추격 빨라진다

2025-01-10

현대자동차그룹이 9일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내세운 그룹의 모빌리티 혁신 엔진에 터보를 달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이번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에 포함된 자율주행 분야의 협력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생산 기술을 보유했다고 평가 받는다. 여기에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엔비디아와 밀착하면 모빌리티 혁신은 더 가속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현대차그룹이 테슬라 등 선두 업체들과 상대적으로 격차가 벌어진 로보택시 분야에서 추격의 발판 마련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자체 전기차(EV)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소형 EV3, 아이오닉5와 고성능 아이오닉5N, 대형 전기차 EV9, 아이오닉9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다만 모빌리티 분야 성장 속도는 현대차그룹이 기대한 것보다는 더디다. 자동차시장은 내연기관에서 과도기인 하이브리드차(HEV)를 넘어 전기차 시대라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전기차는 스마트홈·스마트시티와 연결된 모빌리티 디바이스(장치)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토대로 전기차가 로보택시로 발전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규제에 발목을 잡힌 사이 로보택시 시장에서는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바이두가 추격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한국은 높은 규제의 벽 때문에 실제 도로환경에서 로보택시를 이용한 자율주행을 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전국 42개 지역에서만 자율주행을 허가하고 있다. 짧게는 1.8km, 69.8km 사이의 정해진 도로만 다녀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미국의 자율주행기업 ‘모셔널’을 사들이며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이유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는 모셔널을 통해 로보택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도 경쟁사에 비하면 그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모셔널이 현재까지 무인 자율주행으로 쌓은 누적 마일리지가 241만km 수준에 그친다.

로보택시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풀셀프드라이빙(FSD)를 통해 하루에만 2366km를 달리고 있고 현재까지 25억km 이상의 데이터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구글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로스엔젤레스(LA), 오스틴 등 9개 도시에서 실제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지난해 말 기준 모셔널의 26배에 달하는 약 6450km의 누적 주행거리를 쌓았다.

중국은 또 어떤가. 막강한 정부 지원을 업은 중국의 로보택시 역량은 두려운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시 도로의 47%에 해당하는 3379km를 로보택시에 24시간 개방하고 기본요금까지 보조하며 자율주행 사업을 탄탄대로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는 우한과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 12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며 누적 주행거리만 웨이모보다 많은 1억 km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동맹’은 추격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가 CES2025에서 공개한 자율주행·로봇 등의 학습플랫폼인 ‘코스모스(Cosmos)’에서 협업할 길이 열렸다. 현대차가 규제가 없는 가상공간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쌓은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가속컴퓨터를 이용하면 빠르게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와 융합하면 로보택시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자율주행칩 자체 개발에서 선회해 엔비디아의 자동차용 시스템온칩(Soc)를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의 폭도 더 넓힐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은 9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맺은 ‘포괄적 협력’ 개념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두 회사의 구체적인 협업은 엔비디아와 향후 논의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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