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공약 순서 매기듯…‘ABCDE 정책’ 발표했다

2025-02-10

“국가 AI데이터센터 구축해 미래 대비

‘에너지 고속도로’ 전국적으로 설치해

소멸위기 지역 에너지중심지로 재도약

‘한국형 마더팩토리’로 국내산업 진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 요구를 국민의힘과 정부가 수용한다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등 기존에 주장했던 현금 복지 성격의 예산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의 대규모 예산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제시했던 공약의 큰 틀을 유지하되 보다 정교화한 ‘ABCDEF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 콘텐츠(Contents & 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제조업 부활 지원(Factory)을 국가의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A : “국가 AI데이터센터 구축해 AI산업 지원”

이 대표는 “박정희 시대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산업화의 초석이었다. 김대중 시대의 초고속 인터넷망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발전의 토대였다”며 “비록 우리가 뒤처졌지만 AI산업에는 후발주자도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딥시크(Deepseek·중국 AI모델)가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AI혁명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며 “우선 국가 AI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10만장 이상의 AI반도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가진 AI데이터센터로 AI산업을 지원하자”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수준 높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AI 부트캠프(전문인력 집중양성기관)를 만들고 AI 기술 인력을 10만명까지 양성해 AI 산업을 전략자산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B : “5대 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바이오 분야와 관련해선 “현재 국내 10위 기업 중 2개가 바이오 기업”이라며 “향후 5대 바이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한 국가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인천과 충청권 등 권역별 특화 발전 전략으로 연구·개발(R&D) 및 금융 지원, 바이오 특화 펀드 등 투자 생태계 구축, 관련 의학자 등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바이오 생태계를 강화하자”고 했다.

◆C : “문화·예술 예산 대폭 확대”

K컬쳐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K팝, K푸드까지 한국문화가 세계를 사로잡는다”며 “K콘텐츠 수출이 이차전지도 전기차도 넘어선 시대, 문화가 곧 경제이고 미래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를 언급하며 “K미식여행이 관광업의 새 활로가 됐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K컬쳐 관광 5000만 시대, ‘버킷리스트 한국 관광’을 통해 국제적 한국문화 열풍을 매출 증대와 좋은 일자리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문화는 융합이 쉬운 만큼 브랜드, 디자인 등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적극적 문화·예술 지원으로 K콘텐츠가 세계 속에 더 넓고 더 깊게 스며들게 하자”고 제안했다.

◆D·E : “방산 R&D 예산 늘리고 재생에너지 확대”

이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군사밀도, 군사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이 오늘날 괄목할 방위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다”며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자”고 했다. 여기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이 대표 특유의 미래 비전 제시 스타일이 반영됐다. 이 대표는 “다변하는 미래 전장과 기술 환경에 맞춰 드론과 로봇, 장비 등의 R&D에 지속 투자하고 방산 협력국을 지속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선 “우리나라는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하고 전력망이 고갈된 사실상의 섬이어서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석탄 비중은 최소화하고 LNG(액화천연가스)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며 “전력생산지의 전력요금을 낮춰 바람과 태양이 풍부한 전남 신안, 영광 등 서남해안 소멸위기 지역을 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F : “한국형 마더팩토리 전략 강력히 추진”

이 대표는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긴 지 오래다. 기업 매출 증가가 국내 재투자, 고용, 임금 인상에 연결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해외 투자에만 집중하면 대한민국은 산업공동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강력한 국내산업 진흥책을 적극 추진할 때”라며 “국내 공급망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형 마더팩토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마더팩토리를 거점으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산·학 협력 등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특정 대기업에 대한 단순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자”고 했다.

가격경쟁력 약화에 통상 압력이 더해지며 철강·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을 겪으며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데 대한 대비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포항, 울산, 광양, 여수, 아산 등을 거론하며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의 재구조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실증사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직업전환 훈련 등 노동자 대책과 지역상권 활성화 등 구조적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며 “우선 이 지역들에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를 제안한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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