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노벨문학상’ 한강 열풍…서점은 오픈런, 모교는 호외

2024-10-11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다음 날인 11일 오전 9시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은 개점 전부터 한 작가의 책을 사려는 시민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30분 뒤 교보문고 영업이 시작되자 이들은 우르르 몰려 들어가서 정문 앞에 비치된 매대에 놓인 한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매대는 약 3분 만에 텅 비었다. 교보문고 직원이 “10시 이후에 한강 작가 책이 재입고된다”라고 말하자 책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날 교보문고를 찾은 이진희(31)씨는 마지막 남은 『채식주의자』 영문본을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이씨는 “수상하기 어렵다는 노벨문학상을 한국인이 탔다고 하니까 너무 대단하다”며 “출장 중에 잠깐 시간이 나서 서점에 왔는데 행운아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방송국 PD 최희지(27)씨는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한 작가의 책이 11월쯤 출고할 예정이라고 해서 일어나자마자 왔다”고 말했다.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서점을 찾은 김창엽(18)군은 “내 일처럼 기쁘고 비문학 분야에서도 한강 작가처럼 발자취를 남기는 작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작가가 졸업한 연세대도 이날 축제 분위기였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89학번인 한 작가는 지난 2008년 연세대에서 ‘소설쓰기’라는 강의를 개설한 적이 있다.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는 이날 오후 호외 1000부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한 작가 수상을 축하하는 애드벌룬을 띄우자는 얘기가 있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촌 캠퍼스 백양로(路) 입구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연세인 한강, 백양로에 노벨상을 새기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신입생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졸업생까지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연세대 신학과 24학번 백영준(20)씨는 “사소하고 약한 사람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세계에서 보편성을 인정받아 기쁘다”며 “나도 한 작가처럼 정진해서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국어국문학과 71학번 조항복(76)씨는 “동문으로서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사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국문학과 입학생이라면 한 번쯤 노벨문학상을 타고 싶다는 꿈을 꾼다”라며 “한 작가처럼 노력하지 않은 것 같아 새삼 후회되기도 한다”고 했다.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비치된 한 작가의 책은 모두 대출 중이었다.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학교에 왔다는 재학생 김동우(25)씨는 “딱 한 권 남았다고 검색돼 부랴부랴 왔는데 대출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졸업생 사이에선 “윤동주 시비(詩碑) 옆에 한강 비석도 세워야 한다”, “봉준호에 한강까지 배출했으니 ‘연희예술전문대학’으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농담도 나왔다.

동료 소설가도 한뜻으로 축하를 건넸다. 구병모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 아름다운 말들의 조합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라고 적었고, 김초엽 작가도 “너무 벅차고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SNS에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금지”, “국문과 나오면 무엇을 하는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다…!”, “이게 문학의 힘, 다시는 문과를 무시하지 마라” 등의 재치 있는 글들도 줄지어 올라왔다.

전날 스웨덴 한림원은 한 작가를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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