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 유기농 완숙 토마토

2025-04-06

나는 토마토로 아침을 시작한다. 토마토에 루콜라 같은 녹색채소 그리고 통밀빵이 아침 메뉴다. 혈당은 낮추고 공복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10년 이상 된 나의 아침식사 차림이다.

오래 먹다보니 나는 토마토에 깐깐하다. 유기농 완숙 토마토를 고집한다. 완숙과 유기농 두개의 조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완숙이다. 완전히 익었을 때 수확한 완숙 토마토는 익지 않은 상태에서 따 후숙시키는 일반적인 토마토와는 향과 당도가 다르다.

구분 방법은 쉽다. 완숙 토마토는 완전히 빨갛지 않고 꼭지 부분이 노랗다. 토마토 꼭지 부분은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진녹색이 감도는 누런색이 된다. 일반적으로 전체가 고르게 빨간 토마토가 잘 익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후숙은 60% 정도만 익은 녹색 토마토를 따서 1주일가량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면 생기 없는 빨간색이 빈틈없이 내려앉아 이루어진다. 보기엔 그럴 듯하지만 맛과 향이 떨어진다. 유기농도 중요한 조건이다. 무농약이라도 질소 비료를 쓰면 토마토 껍질이 유기농에 견줘 두껍다. 아삭하지 않다.

그런데 완숙과 유기농을 동시에 충족하는 토마토는 구하기 어렵다. 나는 주로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 의존했다. 생협 유기농 토마토는 80% 정도 익은 것을 따서 유통시킨다. 그래서 맛있다. 그렇지만 제철이 아닌 겨울엔 구하기 쉽지 않았다. 나는 귤이나 키위를 대체품으로 먹어봤지만 토마토의 싱그러움을 갈음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겨울에 유기농 완숙 토마토를 구하려고 생협 앞에서 오픈런을 하기도 했다. 다른 사이트나 매장의 토마토는 생협에 견줘 완숙도가 떨어졌다. 이처럼 토마토 구매는 늘 나에게 머리 아픈 숙제였다.

최근 새로운 신세계를 발견했다. 얼마 전에 재단장한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유기농 토마토를 주문하면 바로 그날 수확해 보내주는 것이었다. 가격도 생협과 비슷했다. 농부 개인들의 유기농 인증·재배 방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믿음이 갔다. 첫 토마토는 일요일 저녁에 주문해 화요일 오후에 수령했다.

토마토를 받고 또 놀랐다. 생협 토마토보다 신선했다. 토마토 신선도는 꼭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토마토 꼭지에서는 향기가 나는데 신선할수록 향이 진하다. 로즈메리나 바질 같은 허브향이 났다. 이런 리뷰를 올렸는데 답신이 바로 달렸다. 사이트에 판매자 전화번호도 있어 나는 전화를 걸어 “토마토가 정말 맛있었다”고 직접 말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토마토에 대한 내 소신은 아내한테조차 까탈스럽다는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소신은커녕 놀림감쯤이었다. 어쩌면 유기농을 고집해온 그 농부도 비슷한 비판을 들었을지 모른다. 고집쟁이 두사람이 토마토를 매개로 몇번의 클릭을 통해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놀랍고 반갑다.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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