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은 다른 해보다 조금 늦게 온 듯합니다. 4월 초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있었지요. 약간 늦었지만 봄은 왔습니다. 봄이면 뭐니 뭐니 해도 꽃의 세상이 되는 것이 반갑기 그지없죠. 밖으로 나가 산책할 때 산을 보면 마치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놓듯 여러 가지 색깔의 꽃과 새로 돋아난 잎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가을 단풍에 비유해서 이것을 ‘봄단풍’이라고도 부르죠. 개나리·진달래·벚꽃을 비롯해서 다양한 꽃들이 피는 가운데, 이번에는 분홍색 꽃을 수줍게 피워내는 나무. 바로 모과나무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모과나무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나무예요. 나무껍질 무늬가 특이해서 그렇습니다. 껍질 무늬가 마치 군복의 얼룩덜룩한 문양 같거든요. 흔히 밀리터리룩이라고 하죠. 그런 나무가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버즘나무·백송·노각나무·모과나무 등이에요.
모과라는 이름은 목과(木瓜)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나무에 열리는 참외라는 뜻이죠. 모과 열매가 가을에 노랗게 익어 나무에 달린 모양이 참외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모과 열매는 산미가 강하고 딱딱해서 과육을 꿀에 재워 정과를 만들거나 주로 차로 마시죠. 모과차는 특히 감기에 좋다고 하는데요. 한방에서는 소화불량·토사곽란·관절염 등에 탕이나 환 형태로 사용해요. 봄에는 모과나무가 분홍빛 꽃을 피워서 눈에 띕니다.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그게 모과 꽃인 줄 모르지요. 모과는 주로 차로만 마셔봤지 꽃을 본 적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모과나무는 사람들이 5번 놀라는 나무로 유명합니다. 분홍빛으로 피어난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놀라고, 꽃이 이쁘니 열매도 이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열매는 울퉁불퉁 못생겨서 놀라고, 열매가 울퉁불퉁한 요상한 모양인데도 향이 좋아서 놀라고, 그래서 먹어보니 맛이 너무 시고 떫고 써서 놀라고, 맛없다고 여겼다가 차를 만들어 마셨더니 너무 맛있어서 놀라고…그렇게 5번 놀란다고 합니다. 여기서 놀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결국 예상했던 바와 다르기 때문에 놀랐다는 것인데, 이는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사물을 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죠. 하지만 그 사물이나 사람이 가진 진짜 모습보다 본인 스스로 생각한 선입견에 따라 판단한다면 이때는 그릇된 정보를 얻거나 과장하거나 생략된 정보를 얻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모과나무는 대표적인 판소리계 고전소설의 하나인 ‘흥부전’에도 등장해요. ‘흥부전’에서 놀부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놀부 심사를 볼작시면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는데 부채질하기 (중략) 심사가 모과나무 아들이라’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모과나무 아들은 모과지요.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니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여긴 것 같지 않나요. 이 부분 말고도 한 번 더 나옵니다. 흥부가 부자가 됐단 말을 듣고 놀부가 찾아가서 잘 대접을 받고서는 뭔가 하나 얻어서 지고 오는데 그게 바로 유명한 화초장이에요. 화초장은 꽃·풀 등의 문양을 장식한 장롱을 말하죠. 놀부가 부르는 화초장 타령은 판소리 흥보가에서도 이름난 소리 대목으로 꼽히는데요. 이 화초장을 만든 나무가 바로 모과나무라는 이야기가 있죠. 모과나무를 잘라보면 안의 색이 아름답고 미끈하고 윤기가 나며 단단해서 칼의 자루나 칼집을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모과나무는 쓰임새를 떠나 울퉁불퉁 자라는 줄기의 모습도 특이하면서도 멋지지요. 얼룩덜룩한 색깔도 다른 나무와 구분이 되어 특이함을 나타내는 등 꽤 개성이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죠. 조금 다르게 생기거나 다르게 행동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르면 틀리고 이상한 사회가 된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다른 것은 개성이며 멋지고 세상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조금은 독특한 모과나무를 보며 ‘선입견’이란 단어와 ‘개성’이란 단어를 생각해보는 4월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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