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우리나라 법원이 세 번째로 인정한 판결이 확정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고(故) 길갑순 할머니의 아들 김영만(69)씨가 일본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청주지법 민사7단독 이효두 판사는 김씨가 낸 소송에서 청구액 2억 원 전부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다만 길 할머니 상속인이 2명인 점을 들어 일본 정부가 김씨에게 배상할 금액은 절반인 1억 원이라고 판결했다.
1924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1941년 17세의 나이로 일본에 끌려가 위안부 생활한 뒤 1998년 74세의 나이로 고인이 됐다.
이와 관련해 생전 길 할머니는 “일본군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다 뜨겁게 달궈진 인두로 등이 지져지는 고문을 받았다”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바 있다.
일본은 주권 국가로서 타국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 국가면제 원칙을 들어 지금까지 국내 법원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재판에 모두 불응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일본이 소장 송달을 거부하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재판부는 공시송달을 통해 재판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국제관습법에 의하더라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 규범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에 재판관할권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판사는 “국가면제 이론은 국제질서 변동에 따라 수정되고 있어 항구적인 가치로 보기 어렵다”며 “당시 국제조약과 일반적인 국제관습법을 종합하면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국제 재판관할권은 병존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국내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3번째다. 판결은 확정됐으나 일본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만큼 배상금 지급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