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아시아 쿼터 바야르사이한(27)은 9월13일부터 열리는 컵대회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바야르사이한은 “컵대회는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새로운 팀에서 하는 첫 경기니까, 떨리고, 많이 기대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바야르사이한은 지난 4월11일 열린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때 전체 2순위로 현대캐피탈의 지명을 받았다. 2023~2024시즌 OK저축은행에서 뛰었던 바야르사이한은 2년만에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몽골 출신이지만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 그는 2017년 순천제일고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한국 땅을 밟았고 고교 졸업 후에는 인하대로 진학해 활약을 이어갔다. 그리고 2023~2024시즌 아시아 쿼터 규정이 생기면서 OK저축은행 소속으로 뛰게 된 것이다. 거의 7년을 한국에 몸 담았으니 한국말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추석을 맞이하면서 구단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영상을 찍었다. 이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본 바야르사이한은 “한복은 처음 봤다”라고 했다.
어릴적부터 ‘코리안 드림’을 꿈꿔왔던 바야르사이한은 앞으로도 한국에 정착하는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시즌 활약이 중요하다. 계속 V리그의 부름을 받는 선수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로운 팀에서 맞이하는 변화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포지션은 미들 블로커이지만 필립 블랑 감독과 면담을 하면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기로 했다. 바야르사이한은 “감독님이 주요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많이 빠져있는 상태라서 그 부분을 좀 해야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아예 안 해본 포지션은 아니다. 몽골에 있을 때에도, 대학교에서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을 했다. 큰 어려움은 없다. 나도 기존 포지션말고 다른 걸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호쾌하게 말했다.
이제는 부담감도 조금 내려놨다. 처음에는 우승팀에 합류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던 그는 “내가 잘 못해서 팀의 성적을 떨어뜨리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감이 있었다”라면서도 “그래도 훈련하거나 연습 경기할 때 선수들이 도와주고 다들 피드백도 많이 해주고, 코칭스태프도 챙겨주니까 지금은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에는 반가운 얼굴들도 많다. OK저축은행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레오와도 다시 만났다. 바야르사이한은 “레오 형이 OK저축은행에서 뛸 때에도 워낙 잘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젊어진 것 같다. 점프도 더 잘 뛰고 몸 관리도 더 많이 신경써서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라며 “매일 운동 같이 하고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니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인하대학교에서 같이 뛰었고 OK저축은행에도 함께 몸 담은데다 이번 비시즌 동안 트레이드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신호진과는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바야르사이한은 “대학교부터 이번에 현대캐피탈까지 함께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언제까지 봐야할지 모르겠다. 이제는 하루라도 좀 떨어져있고 싶다”라며 농담을 했다.
한국을 떠나있던 1년 동안 스스로 기량을 발전시킨 덕분에 자신감도 있다. 바야르사이한은 몽골로 돌아간 후 하쑤 메가스타스와 계약해 최고 승률로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하쑤의 감독은 현대캐피탈에서 선수로 뛰었던 이선규 감독이었다. 바야르사이한은 “OK저축은행과 재계약하지 못하고 몽골에 간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서브와 블로킹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운동을 했다. 어떻게든 더 성장해서 실력을 올리려고 했다”고 돌이켜봤다.
이선규 감독에게도 덕담을 들었다. 바야르사이한은 “현대캐피탈에 뽑히고나서 감독님이 ‘우승팀에 가니까 축하한다, 가서 너만 잘 하면 다시 우승할 것 같다’고 했다. ‘행복 배구’를 하라고 말해주셨다”고 전했다.
함께 한국행의 꿈을 다시 이룬 몽골 출신 에디(한국전력)와는 종종 연락을 하며 새 시즌을 향한 각오를 다진다. 바야르사이한은 “쉬는 날 일정이 맞으면 같이 밥도 먹고 서울에 가서 몽골 음식도 먹고 쇼핑도 하고 돌아다닌다. 거의 매일 연락하면서 운동은 어떤지, 아픈데는 없는지 이야기한다”고 했다.
블랑 감독과의 만남은 아직도 꿈만 같다. 바야르사이한은 “정말 세계에서 유명한 감독님이시지 않나. 아직도 감독님을 볼 때마다 꿈같다고 생각한다”라며 “생각했던 것보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선수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가 일일이 다 챙겨주고 장난도 치면서도 운동을 할 때에는 카리스마가 있다. 너무 훌륭한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바야르사이한이 새 시즌 바라는 건 당연히 팀의 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만큼 이번 시즌에도 1강으로 꼽힌다. 바야르사이한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몸 관리를 다 잘 했고 부상도 많이 없었다고 들었다. 운동에 집중하는 모습이나 개인 훈련하는 모습들을 보면 하고자하는 마음이 커서 우승을 했다고 본다”라고 했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게 더 어려운 일이다. 바야르사이한도 잘 안다. 그는 “형들이 선수단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이끌어가야겠다는 마음이 확실히 보이고 있다. 아래에 있는 선수들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 잘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바야르사이한은 자신을 외국인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같은 한국인 동료로 대해주길 바랐다. 실제로 동료 선수들은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는 “나도 한국 선수처럼 봐주는게 편하다. 그래야 부담감도 덜 된다. 외국인 선수로서 책임감있게 해야하는게 맞지만 일상 생활할 때는 편하게 대해주는게 좋다”고 말했다.
팀의 믿음을 주는 선수로 중심을 지키고 싶다. 바야르사이한은 “팀을 이끌어가는 플레이를 하고 싶고 선수들에게도 믿음을 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천안의 배구 팬들의 열정을 잘 알고 있다는 바야르사이한은 “새로운 팀에 온 새로운 선수니까 잘 할테니까 응원을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현대캐피탈 팬들이 다른 구단보다 더 열정적이라는 걸 예전부터 많이 느꼈다. 이번에도 뜨겁게 응원해주면 좋은 플레이로 많은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