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 장기화에 따른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외국인 국내 관광 확대 같은 민생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파격적인 세액공제 확대도 재추진한다. 다만 의료·연금·교육·노동 같은 4대 개혁이나 원자력발전 진흥 등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사업은 동력이 떨어진 데다 내년 정치 상황 변화를 봐야 해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과 경제 청사진을 담은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정부는 먼저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올해 2000억 원인 외국인투자기업 현금 지원 규모를 내년에 더 확대하거나 첨단산업 클러스터 내 외국인 투자에 대한 현금 지원 한도를 최대 50%까지 상향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에 대한 세공제율을 5%포인트 높이는 K칩스법도 재추진한다. 첨단산업 지원책인 데다 한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1450원대로 급등한 만큼 정부는 20일 발표한 외환 수급 개선 방안에 이어 △연장 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방안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거래 인프라 개선 방안도 내년도 경방에 담을 계획이다.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발맞춘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통상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 정책과 같이 대외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응 전략 로드맵을 밝힐 계획이다.
내수 활성화와 사회 취약 계층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 민생 안정 방안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확대, 소비 촉진 쿠폰 지급 시 비수도권 우대, 온누리상품권 통합 및 사용처 확대,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서민층 자산 형성 지원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올해 경방은 내년 하반기 혹은 중장기 사업 대신 기존에 발표됐던 대책을 구체화하거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급하게 끄는 수준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핵심 대응 계획에는 ‘의료 개혁’ ‘연금 개혁’과 같은 단어 대신 ‘동절기 취약 계층 집중 점검’ ‘비상 진료 체계 강화’ 등만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학습효과도 관가에 남아 있다. 당시 정부는 A4 용지 51쪽 분량의 109개 과제를 발표했지만 반년 만에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며 이전 정부 꼬리표를 단 사업들 다수가 폐기되거나 크게 수정됐다. 이 때문에 이번 경방이 ‘6개월’짜리 한시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지원이 시급하고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정책을 중심으로 담긴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