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30년까지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가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 20%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도체 지원법을 넘어서는 추가 보조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정의한 첨단 반도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한 시스템반도체와 200단 이상의 3D 낸드플래시, 13나노미터(㎚) 이하 하프피치를 가진 D램이다.
PIIE는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의 예산 부족 △투자세액공제 기간 제한(2026년 말까지) △아시아 기업들의 자국 내 대규모 투자 등을 이유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PIIE는 “반도체 지원법을 근거로 조성된 390억 달러의 현금 보조금 및 융자 보조금은 올해 모두 사용될 예정”이라며 “현재 미국의 심각한 예산 적자를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당 기금을 다시 구성할 가능성이 낮고, 25% 투자세액공제마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활용해 해외 기업의 자국 내 투자를 촉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지원금을 주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PIIE는 관세 정책이 반도체 지원법보다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반도체 지원법이 제공하는 직접 보조금 및 장기적 기술 혁신 지원보다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이어간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보완점도 제시했다.
PIIE는 “입법 전에 보조금 계획을 한국, 대만,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국과 사전에 협의해 과잉 설비를 방지하고 상호 공급망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공급망 혼란을 대비해 반도체 공급업체와 사용자가 미국 내 재고를 늘리도록 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파운드리 팹 건설에서 R&D 중심으로 지원의 균형을 전환해 장기적인 기술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며 “상무부가 기업을 선택해 지급하는 직접 보조금 대신 세액공제를 확대해 시장 주도의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IIE는 1981년 미국 경제학자 C. 프레드 버그스텐이 워싱턴 D.C.에 설립한 싱크 탱크로 경제 정책 분야를 주로 다룬다.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포럼 창설 등 주요 국제 정책에 필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왔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