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보험 비중 확대로 CSM 규모↑
요양사업 통해 미래성장동력 확보
이환주 대표, 2+1 임기로 연임여부 주목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의 평소 경영방침은 ‘석과불식(碩果不食)’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역(역경)에서 유래한 말로 ‘씨 과일은 먹지않고 남긴다’는 뜻이다. 지금의 이익을 탐하기보다는 후일의 더 큰 수확을 내다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12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의 지난 2년간을 네 글자로 표현하기에도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라이프생명은 비우호적인 대내외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까지 순탄한 실적을 올렸다. 여기에 호실적이 예상되는 4분기를 포함하면 지난해 연간 순익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금융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 대표의 경영전략이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보험업계에서 CEO 임기 2년에 연임 1년을 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해 말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계열사 대표 9명 중 무려 6명을 ‘물갈이’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내년 인사방향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하면서 지난해 1월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의 초대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내부 안정에 집중해 왔다. 아울러 GA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를 통한 GA영업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의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확대해왔다. KB라이프생명이 보유한 계약수는 총 169만건이다. 수입보험료 규모로 보면 보장성보험 1조 5640억원(46.5%), 저축성보험 7623억원(22.7%)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는 27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794억원과 비교하면 0.9% 감소한 실적이긴 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속단하긴 어렵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분기 신계약 매출(월납환산초회보험료)은 201억원으로 전분기 115억원 대비 75% 늘었다. 보장성 판매 비중은 56.4%로 2분기(20.6%) 대비 35.8%p 증가했다.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도 전분기와 비교하면 51% 순증했다. 주요 채널의 보장성 상품 개정 및 방카슈랑스 채널 치매건강보험의 성공적인 진출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CSM의 꾸준한 증가세다. 올해 1분기 3조 886억원에서 2분기 3조 1446억원을 기록하며 560억원이 증가했다. 이번 3분기에도 3조 165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7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보험손익은 전년 실적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에 KB라이프생명이 전략적으로 추진한 자산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당기순익도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이환주 대표는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CSM 확보를 위한 상품 제조 역량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5대 핵심 전략으로는 ▲CSM 확보를 위한 CPC 전략 전개 ▲안정적인 손익 창출 기반 확보 ▲디지털 기반의 고객 여정 개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대 ▲ESG 경영 확대 등을 내세웠다.
이 같은 이 대표의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KB라이프생명은 내년에도 CSM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수익성 및 건전성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상품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전략 핵심인 요양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업권의 신규 계약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실버케어’로 대표되는 신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선봉장으로 삼아 국내 요양사업에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 대표는 KB골든라이프케어 본사와 서초빌리지를 직접 방문하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2016년 KB손해보험이 설립한 KB골든라이프캐어는 지난해 10월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이 대표는 "KB골든라이프케어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니어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노인복지주택 ‘평창카운티’와 요양시설 ‘서초빌리지’, '위례빌리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주·야간 보호센터인 강동케어센터, 위례케어센터도 개소하며 사업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생명보험과 요양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라이프생명의 요양사업 진출은 ‘묘수’로 평가받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상조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어 향후 KB라이프생명의 효자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불과 10년만에 두 배나 커지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열린 ‘하반기 CEO 타운홀 미팅’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요양사업’을 꼽았다. 그는 “미래 신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요양사업 고도화, 디지털 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 Full Care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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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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