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찾은 울산시 미포 국가산업단지 내 울산 가스파워솔루션(GPS, Gas Power Solution). 부지 내부로 들어서자 복잡하게 얽힌 연료 배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한 울산GPS는 세계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겸용 복합 발전소다. LPG에 주력하던 SK가스가 LNG 비중을 확대하면서 이종 원료를 모두 쓸 수 있는 발전소를 만든 것이다. 울산GPS 측은 “LNG와 LPG 모두 연료로 쓸 수 있어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LNG와 LPG 복합 발전은 SK가스가 독일 지멘스 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GW급 듀얼 연료 기반 가스터빈’을 개발하면서 가능했다. 가스터빈이 전기를 생산하려면 연료(LNG 또는 LPG), 공기, 점화장치가 필요한데, 기존 터빈은 주로 LNG 전용으로 제작됐지만 SK가스는 LPG까지 활용할 수 있는 연소기를 개발했다.
또 인근에 대규모 LNG 저장탱크도 마련했다. 3.7km 거리에 위치한 한국에너지터미널(KET)은 석유와 LNG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저장탱크 설비를 갖췄다. 석유·가스 복합 에너지터미널은 KET가 국내 최초다. 울산GPS는 여기서 연간 90만~100만톤(t)의 LNG를 공급 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1.2기가와트(GW)를 생산할수 있는데, 이는 28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올해로 LPG사업 40년째지만, LPG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미래의 전기화에 대비하고자 했다”며 “LNG 사업 진출은 이뤄냈고 이는 향후 수소 시대에 '넷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비전 실현과도 연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 연료 시대도 대비하고 있다. 2035년까지 울산GPS에 수소와 기존 연료를 동시에 태우는 혼소 발전을 도입하고, 2050년까지 발전소의 모든 연료를 수소로 대체해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연료 공급의 핵심 축인 KET는 SK가스가 47.6%, 한국석유공사가 52.4%를 투자해 구축했다. 울산GPS외에도 에쓰오일, 고려아연 등 주변 기업들이 20년 간 LNG 저장탱크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해안과 맞닿은 KET 부지 위 LNG 저장탱크는 현재까지 3기다. 지난해부터 1, 2호기가 상업 가동을 시작했고 3호기는 현재 짓고 있다. 지름 90.6m, 높이 54.7m의 LNG 저장탱크는 장충체육관(높이 26m)의 2배 크기다. 이 거대한 탱크에 21만 5000킬로리터(kl), 중량으로는 약 10만 톤의 LNG를 저장할 수 있다. 이현관 KET 건설관리팀 팀장은 “2023년 울산시 연간 난방·취사용 LNG 소비량이 60만 톤 정도인데, 3호기까지 완공되면 저장 용량만으로 울산 시민이 반 년동안 쓸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부두에 구축된 로딩암 4기 중 3기는 선박에서 LNG를 하역하는 용도다. 1기는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사용된다. 각 로딩암은 약 4500kl의 연료를 처리할 수 있다. 부지 내 벙커링 전용 하역 부두를 갖추고 있어 신속하게 선적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SK가스는 KET 내 총 6기의 LNG 저장탱크가 완공되면 오는 2034년까지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사장은 “(울산GPS로)첫 번째 도약을 했고, 향후 LNG 벙커링(공급) 등 LNG 사업 규모가 커지면 또 한 번의 도약이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