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때처럼 움직였다…한국인 구금·교섭 '피말랐던 사흘'

2025-09-07

미국 조지아 서배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공장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체포·구금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대통령실은 사흘간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된 직후에야 “대통령실에선 수시로 회의가 열렸고, 다 각자의 역할을 했다”고 그간의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지시는 “국민 권익이 침해되지 않게 철저히 대처하라”는 것이었다. 그간 이 대통령이 “국가의 제1 책무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한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한·미 외교 사안 이전에 ‘국민 보호’ 문제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6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차관과 통화하며 한·미 관계상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 차관은 또 한국인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언론 매체 등에 노출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구금 이틀째인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발언으로 한때 정부 내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내 생각에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자칫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란 판단에, 철저히 말을 아끼며 로우키(low-key)로 대응했다.

대신 정부는 물밑에선 이번 단속이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는지, 아니면 이민세관단속국 차원의 판단이었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주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정한 의지나 이런 게 실리지 않았다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현재 주미 한국대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 자리가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미국 측과의 교섭은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야 했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되, 산업부·기획재정부가 측면에서 지원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이끌었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통상 라인’도 재가동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였다”며 “국민 안전이 걸린 만큼,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해당 공장 건설이 미국 측 요청에 따른 경제 투자라는 점을 협상 전략으로 부각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원하는 투자를 함께 하던 과정이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잡(Job·일자리)’을 늘리기 위해 간 것 아니냐”며 “절차적 위법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야 하겠지만, 전체적인 맥락도 다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조기중 워싱턴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이 구치소 근처 도시인 서배너에 캠프를 설치하고 구금된 한국인 직원들과 영사면담을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인사책임자를 현지에 급파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는 등 사태 수습에 함께 했다. 조 장관은 귀국 협상 마무리를 위해 8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서는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리 국민들을 전세기를 통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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