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기초과학에 미친 유럽

2025-09-01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HD현대, 금호석유화학 등은 지난 주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열린 '2025 한·유럽 과학기술 학술대회(EKC-2025)'를 찾았다. 이들은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기초과학 인재 영입전을 벌였다.

한국 기업들은 유럽 과학자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선행 연구' 성과를 꼽았다. 우주분야의 경우 한국이 '우주를 어떻게 갈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면, 유럽은 '우주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를 우선 연구한다.

수학이나 물리적 문제를 풀어내는 속도는 한국 연구자들이 유럽보다 더 빠를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풀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은 유럽 연구자들이 한국보다 뛰어나다. 유럽연합(EU)이나 각국 정부는 연구과제가 제한된 기간 내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에 주목하고 장기적 투자를 한다.

유럽에서 만난 한인 과학자들은 한국과 유럽의 가장 큰 차이로 “유럽에서는 연구자를 어느 정도 믿고 투자를 해주는 문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하던 30대 한인 과학자는 인공배아를 연구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바이오센터로 이직했다. 보조생식술 관련 통합 법체계가 없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연구과제를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아 수행 중이다. 연봉도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발길을 붙잡는 건 기초과학을 존중하는 유럽의 문화와 과학자를 존경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그는 “원천 기술은 그냥 갑자기 '뚝딱' 생기는 게 아닙니다. 기초과학에서부터 이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도 미생물을 관찰·연구하는 것에서부터 넘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산학연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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