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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원화가치 하락) 국내 은행들이 수출 중소·중견기업에게 챙긴 연간 환변동보험 이익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수출 기업들에게 유리한 ‘옵션형 환변동보험’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입장이지만 보험료율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이 기업들에게 환수한 환변동보험 이익금은 477억 원으로 전년 274억 원 대비 1.7배 급증했다. 환변동보험은 주로 수출기업들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액만큼 보전을 받을 수 있지만 환율이 상승하면 그 이익분을 반납해야 한다. 반납된 이익금은 무보를 거쳐 은행으로 가기 때문에 환율 상승 폭이 커질수록 은행 수익이 늘어난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환율이 달러 당 1450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4분기에는 수출기업들이 토해낸 이익금이 170억 원에 달했다. 반면 무보가 수출기업들에 지급한 보험금은 2023년 139억 원에서 지난해 42억 원으로 급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헷지가 보험의 존재 이유인데 보험료에 더해 환차익까지 회수해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이중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환율이 상승해도 이익분을 반납하지 않아도되는 옵션형 환변동보험 가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정부는 비상수출종합대책에서 옵션형 상품 가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출 업계에서는 이 상품에 사실상 가입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옵션형 상품의 보험료율이 일반 상품보다 2%포인트 가량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옵션형 상품 가입 건수는 전체 환변동보험 가입 건수의 8%에 불과한 356건에 그쳤다. .국내 한 지자체 “수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어 지자체 내 수출기업들은 한시적으로라도 옵션형 환변동보험 보험료율을 인하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무보가 보다 적절한 상품을 만들어 중소·중견기업들의 선택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