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오는 6월 '신속 정리 제도' 정부 입법에 나선다
디지털화로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뱅크런... '신속 정리 제도'로 막나
건전성 악화되는 저축은행들... 금융당국 내 제도 도입 공감대↑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회사 ‘신속 정리 제도’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현재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금융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올해 상반기 중 신속 정리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금융위원회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만들어 오는 6월 정부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신속 정리 제도’란 부실 금융사를 정리할 때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매각 등이 가능하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부실 금융사 매각 전 금융당국에게 시정 계획안을 제출하고 이해관계자의 조정 등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속정리 제도가 도입돼 이런 절차 없이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사의 자산을 이전하거나 신속 매각이 가능하게 되면 부실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막을 수 있다.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 신속 정리 제도로 막을 수 있나
가장 최근에 대규모 예금 인출 상태(뱅크런)는 2011년 2월 국내 최대 저축은행인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촉발됐다. 당시 정상영업을 하던 나머지 90여개 저축은행으로 확산돼 2010년말 사상 최대인 76조원에 달했던 예금 가운데 32조원이 2012년까지 빠져나갔다. 이 기간 24곳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고 약 1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만일 ‘신속 정리 제도’가 도입된다면 저축은행 사태같은 일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에서도 당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가 보유한 예금 등 자산을 임시은행으로 빠르게 이전해서 뱅크런을 막을 수 있었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총 27조2000억원의 기금을 투입했다.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절반 수준인 14조2000억원인데, 만일 부실 금융사의 신속 정리가 가능해지면 그만큼 피해를 빠르게 막을 수 있어 구조조정에 투입되는 자금 역시 자연스레 줄게 된다.
특히 과거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은행에 모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으나, 고도의 디지털화가 이뤄진 현재는 뱅크런 상황이 더욱 빠르게 일어날 수 있어 ‘신속 정리 제도’가 절실하다는 것이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이다.
실제로 2023년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예금 이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융당국, 저축은행 구조조정 앞두고... "신속 정리 제도 도입, 미룰 수 없다"
이에 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비해 신속 정리 제도 도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손실흡수력은 양호한 수준이나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인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금융기관 예치금 등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라온저축은행과 안국저축은행이 금융당국에게서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가운데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은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추가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저축은행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존재한다.
두 저축은행의 경우 적기시정조치대상을 받았음에도 뱅크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금융당국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뱅크런 사태에 대비해 신속 정리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은행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과제를 다룬 보고서에서 “신속은행정리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업무 계획에서 “저축은행 경영 실적 및 재무지표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매 분기 업무보고서 등을 토대로 취약 저축은행에 대한 사전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뱅크런 대응을 위해 조기 경보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