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 제재' 종결에도···증권사 관행 겨누는 금융당국

2025-02-21

채권형 랩 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계좌를 이용한 불법적인 '채권 돌려막기'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종결됐지만 금융당국은 해당 행위에 대해서 여전히 칼날 끝을 세우고 있다. 그간 묵인돼 온 시장의 관행을 문제라고 판단해 이번 제재까지 이어진 만큼, 이러한 행태가 또 나타날 경우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고 증권사들에 경고했다. 채권형 상품 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증권사 정기·수시검사에서 채권 돌려막기 행위를 중점사항으로 볼 계획이다. 특히 채권 돌려막기 문제가 처음 거론됐던 시점인 2022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같은 행위가 반복됐는지 살필 예정이다.

'채권 돌려막기' 발단은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2010년께부터 시중금리 대비 1%포인트가량의 금리를 더 제공하는 단기 채권형 상품을 판매 해왔다. 증권사들이 원금보장형처럼 판매한 데다 금리가 높아 통상적으로 3~6개월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기 위해 법인이 주로 이용한 상품이다. 그러나 2022년 기준금리가 치솟는 한편 레고랜드 사태가 겹쳐 채권 시장에 큰 혼란이 나타나자 이 상품들은 대규모 평가손실을 겪었다.

특히 증권사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단기 채권의 금리차를 이용한 '만기불일치(미스매치) 운용'이 문제를 키웠다. 미스매치 운용은 증권사가 단기 채권으로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린 다음 장기 채권에 투자하면 더 높은 이자를 받고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장기채권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품 만기나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보유 채권을 매도해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신규 고객의 자금을 기존 고객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행이 만연했다.

당시 금감원은 채권시장 경색으로 고객들의 요청에도 증권사들이 환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 상품에 대한 증권사 검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증권사가 보유한 고유 자산을 고가에 매도하거나,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 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등 그간의 관행은 물론 평가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나타난 문제를 지적했다.

약 2년간의 조사 끝에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의 제재를 확정했다. 금융위는 하나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유안타증권의 8개 증권사는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이 중 교보증권은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업무 일부정지 1개월' 조치를 추가했다. SK증권은 기관주의를 내렸다. 또한 적발된 전체 증권사에 대해 총 289억7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조치를 결정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3~6개월 영업정지, 대표이사 경고 등의 조치를 내렸던 것보다 감경된 수준이다.

이번 제재 결과를 내놓으며 금융위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시장 자금 경색 상황을 참작한 것이기 때문에 유사 사례가 재발하면 제재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교보증권의 일부 업무 영업정지 1개월 조치는 해당 상품 운용에 사모펀드까지 동원한 유일한 증권사이기 때문"이라며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에 이 정도 조치가 나온 것으로, 향후 동일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금융위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시장교란, 투자이익 침해 등을 가벼이 볼 수 없다는 점 인정됐으나 2022년 말 자금시장 혼란이 있었던 점, 채권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는 비슷한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최근 금융위 결론보다 더 엄한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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