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권 예약 취소가 급증하면서 제주항공의 유동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제주항공은 선수금 환불로 인한 현금유출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 항공권 예약 대금으로 받은 선수금은 약 2606억 원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는 2위인 티웨이항공(1843억 원)보다 41.6% 많은 수준이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고객이 항공권을 미리 결제한 대금으로, 서비스 제공 전까지는 계약부채로 분류된다. 평소에는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항공권 취소가 잇따르면 현금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이후 이틀간 항공권 취소 건수는 약 6만 8000건에 달한다. 대부분의 고객이 조건 없는 전액 환불을 요구하고 있어 환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사고 직후 전 노선 항공권 취소 수수료 면제와 전액 환불 방침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항공권 환불에는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바우처로 대체해 현금유출을 줄이는 방식이 활용되지만, 이번에는 예외를 적용했다.
항공권 환불 외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면서 추가적인 취소와 환불 요청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 제주항공의 현금유동성은 물론 영업활동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유동비율은 39.4%로, 통상 적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150%에 크게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39억 원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3016억 원) 대비 68.9%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참사로 인한 선수금 환불 부담과 불매운동 확산이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사고 수습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고 이후 항공권 취소가 평소보다 많지만 신규 예약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 회복과 유동성 문제 해결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향후 재도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주항공이 이번 참사로 인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리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아 국내 LCC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