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역대급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증가와 배당 확대 정책을 내세운 결과다. 급여 등 근로소득을 더할 경우 정 회장의 지난해 총 소득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정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을 상속 및 증여세를 위한 재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올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받을 배당금(2024년 기준)은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1161억원)보다 12% 안팎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배당액은 정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1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주당 배당액이 2020년 3000원에서 2022년 7000원을 거쳐 지난해 1만2000원으로 300% 늘었다. 이에 정 회장이 올해 현대차로부터 받을 배당금은 672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인도법인 상장으로 배당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물류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역시 주당 배당액이 2020년 3500원에서 2023년 6300원으로 80% 올랐고, 같은 기간 기아도 1000원에서 5600원으로 460% 뛰었다. 주요 계열사들이 주주 친화 정책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지난해 배당금도 증액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기아로부터 각각 약 470억원, 약 460억을 수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등 계열사로부터도 1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을 예정이다.
정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2023년 122억원을 급여와 상여 명목으로 받았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근로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 회장은 지난해 기준 19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액의 배당 소득은 향후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순환출자 구조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일부 계열사의 문제가 그룹 전체로 확산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도 한계다. 실제 지난 2018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정 회장이 2020년 10월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았으나 이 같은 그룹의 지배구조는 줄곧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지분 정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현대모비스의 정 회장 지분은 0.33%에 불과하다. 보유 지분을 늘리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을 상속에 대한 상속·증여세도 수조원대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 가치는 4조원대에 달한다. 상속세율 60%를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정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2조6000억원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할 가장 단순한 방법은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거나 기아와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매입금·양도소득세 등 최소 6조원 이상의 실탄과 상속세를 포함해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만큼 현대차그룹의 고배당 성향은 향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