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유통점 판매장려금을 인상한 지난 주말 3000명이 넘는 경쟁사 고객이 SKT로 옮겨왔다. 대리점서 신규가입을 중단한 이후 100~200명대에 머물던 유입 고객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40만명이 넘는 고객을 경쟁사에 내줬던 SKT가 반격에 나서면서 이통 3사간 가입자 쟁탈전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27일 서울 삼화타워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에 경쟁사가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전체적으로 지원금을 상향했다”면서 “기존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기기변경뿐 아니라 판매점 신규 유치에 대한 장려금도 올렸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주말부터 갤럭시S25와 아이폰16 프로 등 일부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SK텔레콤의 갤럭시S25 기본·플러스·울트라 모델의 공시지원금은 기존 48만원에서 68만원으로 늘었다. LG유플러스도 이날부터 공시지원금을 상향했다.
여기에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시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정책도 대폭 상향했다. 일선 유통매장에 따르면 고가 단말의 경우 60만~70만원대 수준에서 판매장려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중저가 모델에도 50만원 중반 수준의 장려금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전날 기준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고객은 3033명으로 집계됐다. KT에서 1349명, LG유플러스에서 1684명의 고객이 옮겨왔다. 지난 5일부터 대리점의 신규 가입이 제한된 이후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고객은 하루에 100명~200명대에 그쳤었다. 주말 새 장려금 정책을 대폭 상향함에 따라 20배에 달하는 고객 유입이 이뤄진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경쟁사의 장려금 정책에 대응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전날에만 KT는 6995명, LG유플러스는 5351명의 SKT 가입자를 뺏어왔다. SKT의 고객 순감은 9313명이다. 유심 해킹 사고 이후 누적 이탈고객은 44만명에 육박했다. 점유율 방어를 위한 지원금 맞대응에 나섰지만 현재 판매점에서 이심(eSIM) 중심의 대응으로는 가입자 이탈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신규 영업 재개 조건이었던 충분한 유심 교체 물량 확보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날 기준 SK텔레콤 유심교체 누적건수는 459만명, 잔여 예약 고객은 444만명으로 집계됐다. 서버 해킹 사고 이후 처음으로 유심교체 누적 건수가 잔여 예약 고객수를 넘어선 것이다.
유심교체율이 50%를 넘어서고 유심 수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신규 영업 재개 시점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오는 7월 22일부터는 단통법 폐지도 본격 시행된다.
임 사업부장은 “단통법 폐지에 따른 환경 변화가 있다. 현재는 유심 교체에 총력을 다하고 있고 이 부분이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 변화에 따른 운영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2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고객신뢰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외부 위원 5명과 SK텔레콤 네트워크·고객가치·영업 등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고 개요와 대응, 고객안심패키지 안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희섭 PR센터장은 “국내외 다른 기업의 위기 대응 사례와 신뢰 회복 성공·실패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면서 “이번 사고로 인한 신뢰 회복을 위해 정보보안 투자 계획 등 장단기 로드맵을 구체화하는게 좋겠다는 조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