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장 할 수 있는 경제 회생 정책이 무엇인지, 규모와 방식, 절차를 최대한 점검해보겠다”며 “핵심은 추경 편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경기 대응을 1순위에 놓겠다는 언급을 해왔는데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르면 다음달 ‘30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무게가 실린다.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마중물 역할을 할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소상공인을 살리고 내수를 부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 조정이나 탕감 방안이 담길 게 유력하다. 경기 파급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규모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지역화폐는 1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그 차액을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예산으로 메운다. 추경을 통해 국비 지원을 늘리면 지자체도 지역화폐를 더 발행하고, 그를 통해 소비를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슷하게 1인당 일정액을 민생회복지원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이 당선인이 그리는 중장기 경제 분야 청사진은 ‘335’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산업 대도약’을 기치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이란 3대 비전을 제시했다. AI는 10대 공약 중 첫 번째로 내세운 만큼 관련 규제를 풀고, 다양한 특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 대통령실에 AI정책수석을 신설하고, 정부 예산은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한다.
시장 분야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재추진 여부가 관심사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 분할 등의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재계에서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반론이 거센 게 부담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평소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언급해온 만큼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는 “코스피 5000을 실현하겠다”는 공약과도 연결된다. 주가 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신설하고, ‘쪼개기 상장’을 겨냥해 일반주주에게 신주 물량 배정을 제도화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고용노동 분야에선 정년 65세 연장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중심으로 주 4.5일제 도입 '실험'에 착수할 전망이다. 포괄임금제 금지를 명문화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재의요구권에 막힌 노란봉투법은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가 관건이다.

새 정부가 맞닥뜨릴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취임 첫해 0%대 성장률로 출발하는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IMF) 때인 김대중 정부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는 3.3%, 문재인 정부는 3.4%, 윤석열 정부도 2.7%의 성장률로 임기를 시작했다. 0%대 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뿐이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시에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라며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2%를 밑도는 수준으로, 회복할 체력 자체가 훨씬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내수 살리기는 간단치 않은 과제다. 내수의 GDP 성장기여도는 2021년 4.1%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022년(2.7%포인트), 2023년(1.4%포인트), 2024년(0.1%포인트)으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엔 -0.6%포인트로 아예 성장률을 깎아 먹었다. 가계대출 부담과 사교육비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여윳돈으론 해외여행을 떠나는 현상도 문제다. 인구∙교육∙조세 등 수많은 개혁 과제와 맞물린 고차 방정식인데, 이를 이 당선인이 풀어야 한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개혁엔 저항이 불가피하고, 다수당이라고 중도층의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필패”라며 “협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미국의 통상 압력이란 거대한 산 앞에 서 있다. 이대로라면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업종의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수출 전선의 사활이 걸린 ‘한미 관세협상’은 주어진 시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정상급 외교 채널을 복원하는 동시에 수출 충격을 최소화할 유의미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문제는 올해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전망되면서 확장 재정을 펼칠 '실탄'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대선 공약 이행에만 210조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은 없었다. 특히 올해는 세수 결손(부족)이 3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30%대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현재는 50%를 넘보는 수준이다. 전 명예교수는 “국가부채비율이 GDP의 50% 수준이라 아직 괜찮다는 시각이 있는데 급증하는 의무지출 등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높아진다”며 “필요할 때 쓰더라도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철학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군은 약 20년째 반도체·조선·자동차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그러는 사이 핵심인 반도체마저 체질 개선 실패,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처지가 됐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단순한 지원책이나 잘 해보자는 구호가 아닌 정밀한 추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