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인공지능(AI) 전환과 2027년 3월 송도캠퍼스 개교라는 큰 변곡점과 마주했다. 다음 주 총장 선거를 앞둔 윤성우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는 외대가 가진 다국어·지역학이라는 고유 자산을 AI 시대 경쟁력으로 확장하고, '약학대 신설'을 중심으로 송도캠퍼스를 바이오·국가전략 분야 거점으로 재편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교수의 구상과 전략을 들어봤다.
-AI 시대에 한국외대의 고유 경쟁력은.
▲AI 시대는 '연결'과 '데이터'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외대는 45개 언어와 지역학 전문성을 갖춘 국내 유일의 다국어 기반 대학이다. AI로 외국어 대체가 아닌 외국어 역할을 확장하는 시대가 되면서 전문화된 도메인 지식이 중요해졌다. 다국어·지역학 기반의 데이터 생산과 해석의 역할은 외대가 가장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외대는 지난 10년간 한국연구재단의 지역인문학 사업으로 약 64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수주하며 수천 건의 연구자료를 축적해왔다. 이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로컬 데이터(Local Data)'의 핵심 기반이다. 이 자원을 활용해 문화·지역 맥락을 반영한 '소버린 AI'를 만들 수 있으며, 향후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해당 지역 맞춤형 AI 모델을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역할은 외대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외대의 AI 기반 교육 혁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I+다국어·지역학 융합 모델'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융합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e-Advisor)을 도입해 학습 유지율을 높이고, 학생 개별 AI 역량을 지원한다. 디지털 전문성 교육을 강화해 언어·지역학과 기술력을 결합한 융합 인재 양성이 목표다. AI 시대 국제 리더 양성을 위한 글로벌거버넌스리더학부도 신설했다. NLP·LLM 연구자들과 협력해 'AI+다국어·지역학' 융합 연구 생태계도 조성 중이다. 업스테이지 등 민간 AI 기업과 협업해 AI 기반 지역학 데이터 생성·관리 교육과정도 공동 개발·운영 중이다. 이미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과 산학협력으로 다국어 학습 사전 및 AI 학습데이터 구축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고도화해 혁신할 계획이다.
-AI 시대에 철학과 인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외대에서의 의미는.
▲AI가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그 플랫폼에 인간적 가치를 입히는 것은 철학과 인문학이 맡아야 할 영역이다. 감정·윤리·환대 등 AI로 대체할 수 없는(AI-proof)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철학의 핵심 과제다. 어학·어문·인문학 중심으로 AI를 바라보는 외대는 이런 역량에 특화된 인재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구성원과의 소통은.
▲핵심은 '소통의 제도화'다. 대학은 법인·본부·교수·직원·학생 네 바퀴가 균형 있게 움직일 때 제대로 작동한다. 이벤트성 만남이 아니라 구성원의 의견이 실제 운영 체계에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실질적 최종 의사결정기구에 직원 참여를 확대하고 학생들이 쉽게 의견을 전달하는 인스타그램 DM, 전체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학교와 학생 협의체, 많은 학생이 의견을 모으면 총장이 직접 답하는 '신문고 제도' 등을 운영해 소통을 체계화해야 한다.
-2027년 개교하는 송도캠퍼스는 논란도 있었다.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하나.
▲약학대학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송도캠퍼스를 바이오 융합 및 국가전략 특화 캠퍼스로 도약시키겠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와 연계한 HUFS-BMI(Bio-Medical Institute)를 설립해 연구 중심 체계를 구축한다. 국제협력 연구·연수원, 국가전략대학원 등을 조성해 외대의 지역학 역량과 바이오·국가전략 분야를 결합한 새로운 학문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약학대를 추진하는 배경은.
▲인천 지역 약대 정원은 60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작은 규모다. 인구와 바이오 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연수구·지역 주민·국회의원 등도 외대 약대 유치에 긍정적이다. 외대는 1만3000평 규모 송도캠퍼스와 바이오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어 약대와의 시너지가 클 것이다. 신약 R&D는 연구 성과가 집중되는 분야로 외대를 바이오·AI·지역학 융합 연구중심대학으로 재편하는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와의 협력은.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한 곳이다. 외대는 약학대와 HUFS-BMI를 중심으로 의생명공학(BME) 분야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다국어·지역학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의 해외 진출, 글로벌 통상·규제 대응을 지원할 수 있다.
-외대의 AI 혁신과 약대 신설이 재학생에게 갖는 의미는.
▲외대의 입시·취업 경쟁력 등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약대 신설은 미래 산업인 바이오에 종사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AI를 활용하는 단백질 구조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처럼 첨단 R&D 연구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언어·지역학·디지털 기술을 모두 갖춘 융합 인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이나 태국처럼 신흥시장에 진출하려면 해당 언어와 지역 경제를 이해하고, 현지에 맞는 디지털 플랫폼까지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외대 학생들은 AI 시대에 이런 역량을 갖게 될 것이다.
-향후 10년, 외대의 미래를 그린다면.
▲브라질·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언어 △지역 데이터에 대한 이해 △디지털 기술 역량 등 세 가지 역량이 필수다. 외대는 이 세 가지를 결합한 교육을 통해 지역학 기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현지 언어와 지역사정에 정통한, 첨단의 디지털 기술 소양을 겸비한 융합 인재, 즉 글로벌 거버넌스 리더를 배출해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로 보내는 독보적인 명문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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