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의 문화기행] 이슬람의 와인, 무슬림의 커피 사랑

2025-04-24

아침 모닝커피 한 잔 하셨나요? 오늘은 커피 이야기를 해 보겠다.

커피의 원산지 논쟁에 비해 커피를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커피로 마시기 시작한 이들은 아라비아반도 예멘 지역의 무슬림들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술을 마실 수 없었던 무슬림들은 술 대신 카페인 성분의 커피에 심취했다. 이슬람의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가 졸음을 이기려 애쓰고 있을 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음료를 주고 갔는데 이 음료가 바로 커피라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를 ‘신의 선물’이라고도 한다.

영어 coffee, 프랑스어 cafe, 독일어 Kaffee, 튀르키예어 카베(kahveh) 등 세계 각국에서 커피를 지칭하는 명칭도 카와(qahwa, khawah)라는 아랍어가 어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의 와인’인 무슬림의 커피가 처음 아라비아에 등장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97년 아랍에미리트의 항구 도시인 두바이 인근에서 1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 원두를 발굴함에 따라 예멘으로 커피가 도입된 시기 역시 12세기로 생각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예멘에 있는 도시 아덴(Aden)의 시민들이 가장 먼저 개발했다. 애초에 종교 지도자들은 커피를 종교적인 목적으로만 제한했다. 하지만 한 번 맛본 사람은 누구나 커피를 좋아했고 심지어 예배보다는 커피에 관심 있는 자들이 훨씬 많았다. 커피는 아덴에서 주변 도시들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15세기 말경에는 커피가 신성한 도시 메카(Mecca)까지 도달했고, 곧 메카의 모든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흔하게 마시는 음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커피가 메카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이슬람 전역에 보급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라비아 각 지역의 정권들은 커피를 환영했고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했다. 당시 아랍인들은 카트(kat)라는 흥분 성분을 함유한 덤불의 봉오리와 잎을 즐겨 씹었는데 이것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커피로 대체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초의 ‘카베카네(kaveh kane 키브한)’, 즉 커피집은 1575년 이스탄불에서 등장했다. 카베 카네의 벽은 각종 보석과 알록달록한 이슬람 특유의 타일 장식들로 가득했고 커피를 담는 잔은 당시 최고의 사치품이던 중국산 청화백자가 사용됐다. 카베 카네에서 사람들은 대화와 노래, 음악, 춤을 즐겼다. 카베 카네는 마치 그리스의 아고라처럼 정치의 장이기도 했다.

커피 문화의 전파에 있어서 오늘날 터키인들이 세운 오스만 제국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었다. 이슬람이라는 복음을 전파하려는 종교적 멸망에 불탔던 이슬람 군대를 따라 커피는 북으로는 유럽 동남부,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와 스페인, 동쪽으로는 인도까지 점령하기에 이른다. 오스만 제국이 아랍지역을 통치하면서 커피는 모든 활동에 앞서 치러지는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게에서는 물건 흥정에 앞서, 이발사는 머리를 자르기 전에 손님과 커피를 나누었고, 가정으로 초대된 손님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에게 커피 대접을 받았다.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만큼 커피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양가 간 혼인 서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17세기 터키를 방문한 영국인 의사는 “투르크인들은 몸이 아프면 단식하면서 커피만 마신다. 그래도 병이 낫지 않으면 유언장을 작성하고 다른 치료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적기도 했다.

문화를 알면 음식이 보이고 음식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 11월, 12월에 차량을 빌려 튀르키예 일주하고 튀르키예 가베도 마셔보고 예쁜 튀르키예 친구들도 만나봐야지.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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