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왕의 밀실에 놓인 금관총 금관…25년 만에 한국문화 특별전

2025-03-18

국보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 가야·신라의 상형 토기, 고려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과 ‘기린장식 청자향로’, 조선 ‘달항아리’….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유물들이 400년 역사의 독일 고성(古城)에 한데 모였다. 25년 만에 독일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한국문화 특별전을 위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8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SKD)과 공동으로 드레스덴 성(레지덴츠 궁)에서 진행하는 ‘백 가지 행복, 한국문화특별전’(8월10일까지)이 지난 15일 개막했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이건희 컬렉션’ 일부를 포함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등 총 185건 349점이 나들이했다. 이와 별개로 SKD 측이 소장한 우리 유물 ‘백수백복도’ 등 10건도 함께 했다. 1999년 독일 에센과 뮌헨에서 개최된 ‘한국 고대 왕국-무속, 불교, 유교’ 이후 사반세기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는 특히 독일 작센주의 주도이자 ‘엘베강의 피렌체’로 불리는 드레스덴 안에서도 유서 깊은 드레스덴 성(레지덴츠 궁)에서 열린다. 작센 선제후의 궁전인 드레스덴 성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 피해를 크게 입었고 현재도 복원이 진행 중이다. 전시는 이곳 2층 대의전실(948㎡)과 1층 신그린볼트박물관 특별전시관(55㎡)에서 나눠 열린다. 이들 공간은 애초 작센 군주의 유물 및 애장품이 상설전시되던 곳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나들이는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정명희 전시과장은 “애초엔 각각 군주의 갑옷이나 일상용품이 놓인 방들인데 각 공간의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우리 유물을 배치했다”면서 “예컨대 연회장이던 공간엔 우리 그릇들을 두고, 예복이 걸린 공간에 우리 한복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서양 문화의 공통성과 차이를 일별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1층 전시실은 아우구스트 2세가 자신의 애장품을 간직했던 공간으로, 명칭의 그린볼트는 ‘녹색 금고’라는 뜻이다. 이곳에선 특별전 속의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가 기획돼 국보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가 자리 했다. 196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예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국보전’ 이후 60여 년 만의 독일 나들이다. 또다른 국보인 관모와 관꾸미개, 그리고 함께 출토된 귀걸이와 팔찌, 금제 그릇 등도 나란히 전시해 금관총 출토 금제품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SKD 측이 소장한 조선시대 병풍, 갑옷과 무기 등 우리 유물 10건도 군데군데 함께 배치했다. SKD 소속 박물관에는 조선의 외교고문을 역임했던 묄렌도르프(Paul Georg von Mollendorff, 1848~1901)의 컬렉션 등 약 2000여 건의 한국 문화유산이 소장돼 있다. 이 가운데 독일 라이프치히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인 ‘곽분양행락도’는 지난해 국내에서 보존처리를 마치고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에 공개됐다.

이번 특별전은 2017년 SKD 대표 소장품을 국내에 소개한 ‘왕이 사랑한 보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에 화답하는 교류 전시다. 특별전 외에도 오는 5월26일부터 6월1일까지 한국문화주간에는 한국 전통 요소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개막 퍼포먼스와 한복 체험 워크숍 등이 열려 폭넓은 한국문화를 선사하게 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각국 박물관과 연계·협력을 강화해 다양한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우리 문화의 정수를 세계에 선보이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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