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할 ‘인도주의 구역’ 없애놓고…이스라엘, 가자지구 70%에 ‘대피령’

2025-04-23

휴전 종료 후 기존 완충지대 알마와시에 최소 23차례 공습

주민들, 갈 곳 없어 다시 돌아와…여성·어린이 희생 이어져

이스라엘이 지난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재개한 뒤 점령을 확대하며 이곳 주민들을 더 좁은 지역으로 내몰고 있지만, 피란민이 대피할 ‘인도주의 구역’은 더 이상 지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지구 전체 영토의 70%를 사실상 ‘전투 지역’으로 선포해 주민들을 쫓아내면서도 정작 대피할 장소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8일 두 달여간의 휴전을 깨고 전쟁을 다시 시작한 후 인도주의 구역, 즉 피란처를 지정하지 않은 채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에 가자지구 남부 해안가의 알마와시 일대를 전투가 없는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하고 피란민들에게 이곳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인도주의 구역은 안전하다고 선전하며 이곳 지도를 담은 전단을 공중 살포하고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소개령 수준의 대피령을 반복해 왔다.

이스라엘군의 이 같은 조치로 전쟁 기간 내내 황무지에 가까운 약 14㎢ 면적에 1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려 들어 임시 텐트를 치고 생활해 왔다. 가자 전체 인구(약 220만명)의 약 45%에 달하는 인구가 가자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한 비좁은 땅으로 밀려난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안전하다’고 선전했던 인도주의 구역조차 수차례 폭격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BBC에 따르면 임시 휴전이 시작된 지난 1월 이전 이스라엘군은 알마와시 일대를 총 97차례 공습했고, 이로 인해 최소 55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피란민 구역에 숨어 들었다며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인도주의 구역조차 안전이 항상 보장된 것은 아니었으나, 전쟁이 재개된 후 이런 대피 지역조차 더 이상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전쟁 재개 후 인도주의 구역에 대한 언급이 지도와 대피령 모두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안보 완충지대’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가자 전체 영토의 5분의 1에 달하는 최남단 도시 라파와 국경 일대를 점령하고 이곳 주민들을 모두 쫓아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더욱 비좁은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엔은 현재 가자지구 전체 영토의 70%가 주민들의 통행이 금지된 작전 구역으로 지정됐거나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전쟁 재개 후 더 빈번해진 대피 명령에 주민들은 여전히 알마와시 일대가 그나마 안전한 인도주의 구역이라고 믿고 이 일대로 속속 모여 들고 있다. 그러나 휴전 종료 후 약 한 달여간 알마와시가 최소 23차례 공습을 받은 것으로 유엔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 피란민 텐트촌에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는데, 희생자의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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