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나이키도 쓴다…"AI로 3D 의상 디자인 혁신" [스케일업 리포트]

2025-08-27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의 숙원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IT기업이 운영체제(OS)부터 문서 작업, 데이터베이스(DB), 보안 솔루션까지 다양한 SW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대부분은 공공기관 등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데 그쳤다. 이는 해외 빅테크가 선보인 SW와 뚜렷한 차별점을 갖추지 못했거나 국내 시장에 특화된 제품과 영업 구조에 안주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3D 의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클로버추얼패션은 달랐다. 2000년대 후반 첫 서비스를 선보이자 당시 보기 드물었던 3D 기반 의상 시뮬레이션 기술에 해외 시장이 먼저 호응했고 협업 러브콜이 이어졌다. 대대적인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을 타며 숨어 있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며 전 세계 패션 업계가 열광했다. 이는 현재 클로버추얼패션이 기업가치 1조 원을 바라보는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여정의 첫 발걸음이 됐다.

3D 의상 시장 선도…명품·SPA 브랜드·CG 기업과 협업

오승우 클로버추얼패션 대표는 27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전 세계 패션 및 컴퓨터그래픽(CG), 게임 기업들이 우리 SW를 활용해 의상 다지인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창의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로버추얼패션은 의상 디자인 관련 SW인 '클로(CLO)'와 '마블러스 디자이너(Marvelous Designer)', '지니(JINNY)'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의상 제작 과정 전반의 협업을 돕는 플랫폼인 '클로셋(CLO-SET)', 의상 디자인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는 '커넥트(CONNECT)'를 출시하며 디지털 패션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12개국에 총 14개의 오피스를 두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고객사를 바탕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클로버추얼패션의 대표 SW는 클로와 마블러스 디자이너다. 클로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의상의 초기 콘셉트를 잡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활용한다. 기존 3D 의상 시뮬레이션 SW와 비교해 더욱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2010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클로는 이후 거의 매년 기능을 추가하며 진화를 거듭했고, 현재까지 15회 이상 주요 버전 업그레이드를 이어왔다.

마블러스 디자이너는 클로와 대부분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실제 의상이 아닌 영화나 게임에서 활용되는 CG 기반 의상 디자인에 주로 쓰인다. 엔씨소프트, 넥슨, 에픽게임즈, 유비소프트, 게임로프트 등 국내외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 내 캐릭터들의 의상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다. 또 다양한 CG 및 영화 제작사도 마블러스 디자이너의 주요 고객들이다.

오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처음 선보인 SW는 마블러스 디자이너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 캐릭터 꾸미는 개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활용된 것이 시작이었다"며 "이후 클로를 출시한 이후부터 실제 의상 제작에 활용하려는 패션 기업들로부터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도 '반지의 제왕' 제작에 활용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클로버추얼패션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시기는 2017년부터다. 이전 2011년부터 여러 패션 브랜드가 시범적으로 클로를 사용하긴 했지만 대규모 작업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이후 클로의 고객은 빠르게 늘어나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물론 유니클로·H&M 등 스파(SPA) 브랜드와 나이키·뉴발란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널리 도입됐다. 오 대표는 "클로의 첫 기업 고객은 루이비통이었고, 이후 실제 의상 분야에서 효과를 입증하면서 폭발적으로 고객이 늘어나게 됐다"면서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대부분 우리 SW를 활용해 의상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상 디자인 '처음과 끝' 플랫폼으로 연결"

클로버추얼패션은 단순 3D 의상 시뮬레이션 SW 제공을 넘어 생산·유통 등 패션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출시한 제품이 클로셋이다. 클로셋은 3D 파일 관리 및 공유, 실시간 의사소통을 통해 의상 제작 과정 전반의 협업을 돕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다. 가상 쇼룸, 비주얼 보드 등 3D 디자인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3D 디자이너는 물론 3D 모델 제작자, 공급업체 및 도·소매 업체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이 가능하다.

오 대표는 "의상 제작에는 콘셉트 선정, 디자인 논의, 생산, 유통 등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SW 제공을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클로셋을 통해 3D 디자인을 활용한 샘플 제작부터 실제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포괄해 보다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한 '디지털 워크스페이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상 디자인과 제작의 처음과 끝을 우리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오 대표는 생성형 AI 기술의 활용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클로와 마블러스 디자이너의 활용성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기존 SW에 다양한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중이다. AI를 통해 수많은 3D 이미지와 원단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3D 아바타를 실사와 같이 변환해 더욱 사실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그는 "AI 기술 도입을 통해 우리의 3D 의상 시뮬레이션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패션 시장 역시 더욱 빠른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 90% 이상이 해외…나스닥 상장 목표

클로버추얼패션은 지난해 12월 에이터넘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약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을 활용해 기존 SW의 기능을 고도화해 나가는 동시에 클로셋, 커넥트 등을 통해 디지털 패션의 새로운 생태계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미국 증시 상장 목표에 대해서도 밝혔다. 연간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내보다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 국내에서 설립된 SW 기업 중 미국 증시에 상장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쉽지 않은 길이지만 클로버추얼패션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오 대표는 “클로버추얼패션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시장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패션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이후 나스닥 상장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