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년 새 중동·유럽·아시아 지역을 덮친 럼피스킨은 본래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로 발생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럼피스킨은 1929년 잠비아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이후 1943년 보츠와나·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뒤 1970년대에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으로 퍼지며 최대 20%의 폐사율을 기록했다.
럼피스킨은 1989년 이스라엘에 상륙한 이후 2012∼2013년 레바논·튀르키예·이라크 등 중동지역으로 확산됐고, 2015∼2018년 그리스·불가리아·러시아 등 유럽으로 퍼졌다. 2019년에는 인도·중국, 2020년에는 베트남을 거쳐 2023년 10월 한국으로까지 전파됐다.
고온 다습해지는 기후변화는 럼피스킨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WOAH는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91차 정기총회에서 기후변화가 럼피스킨·말라리아·뎅기열처럼 모기 같은 흡혈곤충을 매개로 전파되는 ‘벡터매개 질병(VBD)’ 확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23년 1월∼2024년 3월 VBD 발생 사례의 99%는 온대지역에서 나타났으며, 기후변화가 질병 발생의 기존 분포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럼피스킨은 최근 동일한 지역에서 다시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지고, 다른 지역으론 더 빠르게 전파되는 양상을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럼피스킨은 2015∼2016년 유럽지역에서 일주일당 7㎞ 속도로 퍼졌지만, 태국에선 2021년 최초 확진된 후 100일 만에 1400㎞ 떨어진 지역까지 전파됐다.
유한상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럼피스킨 전파 양상의 변화에는 달라진 사육 방식이나 가축 이동량 증가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기후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