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과의 라이선스 분쟁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재판은 미결정 심리로 끝났지만 핵심 쟁점에서 유리한 평결을 끌어내면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열린 퀄컴과 Arm 간 칩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재판이 '미결정 심리(Mistrial)'로 끝났다.
미결정 심리는 배심원 재판에서 만장일치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 이뤄진다. 이 경우 재판 당사자들은 재심을 신청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 등의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배심원단이 세 가지 쟁점 중 하나에 대한 합의를 내리지 못해 미결정 심리가 나왔다. 배심원단은 누비아가 Arm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다른 핵심 쟁점에서는 퀄컴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퀄컴이 2021년 14억 달러에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획득한 Arm의 칩 제품에 관한 계약 조건을 위반하지 않았고, 누비아 기술을 사용해 만든 퀄컴 칩(PC용)도 퀄컴과 Arm 간의 계약에 따라 라이선스가 적절히 부여돼 판매를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퀄컴이 누비아 기술 기반으로 만든 중앙처리장치(CPU) '오라이온'을 자사 시스템온칩(SoC)에 사용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Arm은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퀄컴은 핵심 쟁점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사실상 승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소송은 Arm이 2022년 8월 퀄컴을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한 뒤 Arm과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맺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rm은 재판에서 퀄컴이 재계약을 맺지 않고 누비아의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최대 14억 달러의 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Arm이 자사 칩 디자인 팀을 해체하도록 압박하고 기술 의존도를 높인 다음 로열티율을 400%까지 올리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 Arm 내부 문서를 근거로 칩 제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Arm이 퀄컴을 압박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담당한 메리엘렌 노레이카 판사는 양사가 합의할 것을 권고했다. 노레이카 판사는 재판에서 “(이번 재판에서)어느 쪽도 분명한 승리를 거뒀거나, 이 사건이 다시 재판된다면 분명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