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무력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 위헌성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게 됐다. 법원이 업무개시명령 근거인 화물자동차법에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6부(재판장 나진이)는 화물연대 조합원 A씨가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화물자동차법 14조1항과 4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 전제가 된 경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다.
국토부는 2022년 11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적용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화물자동차법 14조에 따라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자동차법 14조1항은 화물운송 거부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14조4항은 운송사업자 또는 운송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는 2022년 12월 업무개시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화물자동차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취소소송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재판부는 화물자동차법 14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국가가 자의적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14조는)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 ‘매우 심각한 위기’ ‘상당한 이유’ 등과 같은 다수의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되는 집단운송 거부와 그렇지 않은 거부의 경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물자동차법 14조가 과잉금지원칙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령 이행 시 혜택을 주거나 명령 불이행 시 형사처벌보다 과태료를 물리는 등 다른 방식이 있는데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국가경제를 위한 규제의 공익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화물노동자 사익보다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어 법익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87호)과 어긋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협약 등에서 정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운송사업자 등에게 업무개시를 강제한다고 보이는 화물자동차법 14조에 대해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지난 3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결사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