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쏟아지는 각국 규제 극복, 시험인증기관이 나서야

2025-02-10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시작한 이른바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해외에서 작은 재채기만 있어도 크게 휘청이게 된다. 우리가 주변 여러 나라 정책에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선진국 등 주요 나라들은 관세 뿐 아니라 기술규제, 인증 등 비관세 규제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지금의 관세전쟁이 아니더라도 세계적으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규제들은 무척 많다. 특히 탄소중립, 이차전지, 소프트웨어(SW) 등 이른바 고부가가치형 미래산업 분야에 새로운 규제가 집중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지만, 무척 높은 벽이다.

EU는 올해 8월부터 지역 내에서 유통, 판매되는 모든 무선기기에 대한 사이버 보안 적용을 의무화하는 RED(무선기기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각종 통신기기를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분야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EU는 또 가정용 전기기기와 의료기기, 산업자동화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도 사이버 보안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같은 새 규정에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은 불가능하다. 이미 2021년 유럽이 의료기기 관리제도를 지침(MDD)에서 규정(MDR)으로 강화한 이후 수많은 기업이 유럽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KTR은 폴란드 국영기관인 PCBC 및 이탈리아 인증기관 CQY 등 유럽 의료기기 CE 인증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폴란드에 CE 인증기관인 GCB를 직접 설립하는 등 MDR 인증 획득 지원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앞서 언급한 유럽 사이버 보안 규제 극복을 위해 KTR은 지난해 스페인 시험인증기관 Applus+와 디지털기기 CE인증 획득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제 수출기업들은 KTR의 시험성적서로 CE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

탄소중립 분야에서도 새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2026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본격 시행한다. CBAM은 EU 지역 수출 기업에 대해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 전기,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수소 등 6개 품목이 대상이다. 이 역시 KTR은 지난해 유럽 탄소중립 검증기관인 헝가리 CerTrust와 업무협약을 통해 대응체계를 구축해 뒀다.

EU는 내년 6월부터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 제도를 도입한다. 또 전기차 배터리, 이차전지 등의 제조, 사용, 재사용 등 전 주기에서 재활용 원료 사용, 탄소발자국 등 관리 지침을 담은 'EU 배터리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KTR은 글로벌 온실가스 전과정평가 및 이차전지 전 수명주기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에서도 청정경제법에 따라 미국내 생산 및 수입 제품에 대한 탄소 비용 부과 법안을 준비 중이고, 독일에서는 전기차충전기를 대상으로 유럽인증(CE)외에 자체 인증(MessEV)을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각각 전기차충전기 승인 및 전기차충전기 해외 시험인증기관 지정제도 도입 등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규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같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각국의 기술규제 극복을 위해서는 KTR과 같은 시험인증 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현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은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 중 하나이다. KTR이 지난 2년여간 28개국 46개 기관과 새롭게 파트너십을 구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더해 현지 법인 설립 등 해외 직접 진출에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글로벌 기술규제는 여전히 쏟아지듯 도입되고 있고, 우리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규제들과 싸우고 있다. 시험인증 기관들은 세계를 무대로 더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기술규제 대응 지원 사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김현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장 hyun0726@kt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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