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4.16. [email protected] /사진=고승민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출석하지 않은 채 치러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권한대행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지명한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헌법 교과서를 펼쳤다.
백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 "헌법 교과서를 뒤져봐도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지명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총 10권의 서적이 다루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의 범위에 관해 설명했다.
백 의원이 언급한 10권의 서적은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의 '헌법학' △허영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의 '헌법의 이해' △김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헌법학신론' △허완중 전남대 교수의 '간추린 헌법' △김하열 고려대 교수의 '헌법강의' △박영철 한국헌법학회 이사의 '헌법학개론' △한수웅 중앙대 교수의 '헌법학' △최용기 창원대 교수의 '헌법' △장영수 고려대 교수의 '헌법학' 등이다.
백 의원은 각 서적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범위를 다룬 페이지를 하나하나 읊으며 "장관께서도 사법고시 준비할 때 이 책들 많이 보셨을 것 아니냐. 그래서 오래된 수준으로 나열했다"며 "어떤 책을 보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의 활동만 하게 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입장을 지지했던 허영·장용수 교수조차 그렇게 설명했다"고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부터 14개월째 공석인 장관을 대신해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는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에 "본연의 업무와 대행으로서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며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오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장관이 공석인 상태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적 있느냐"고 물은 뒤 신 차관이 "건의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한덕수 권한대행이나 다른 국무위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거듭 물었다.

[울산=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권오갑 회장과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6.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명한 두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완규 법제처장 등이 참석한 이른바 '안가회동'에 대해 추궁했다. 조 의원은 이완규 처장과 함께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암고 절친'인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왜 모인 것이냐"고 물었다.
박성재 장관이 "식사하기 위해 모인 것은 맞다. 한 시간 남짓 식사를 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대통령 주도의 모임으로밖에 볼 수 없는 회동 아니냐"고 거듭 물었다. 박 장관이 "말씀하신 근거가 있나"라고 되묻자, 박 의원은 "대통령 안가는 (대통령)경호처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라고 했고, 이에 박 장관이 "(안가 사용 승인 등과 관련해선) 저는 모른다"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조 의원은 "대통령 안가에서 4명의 법률 수장들이 모였는데 보통의 식사 모임이라 할 수 있나. 게다가 내란 다음날 모인 것"이라며 "모임 직후 헤어지긴 한 건가. 2차 회동이 있진 않았나"라며 집중 추궁했다. 또 "(안가회동 참석자 대부분이) 휴대폰을 바꿨는데 증거인멸을 노린 것 아니냐"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박 장관은 "(안가회동에서) 추가적인 계엄 또는 내란을 모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그 자리에 윤 전 대통령 또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함께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며 "(다른 사람들의 사정은 모르겠으나) 저는 쓰지 않는 휴대폰에 백업했을 뿐이다. 휴대폰을 교체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파면 후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에 나간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모두 불참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찾은 데 이어, 이날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찾아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을 비롯한 건조 중인 선박들을 둘러보고 대미 통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 첫날 "한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국민을 무시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무총리는 양 교섭단체에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고, 의장이 허가하지도 않았다"며 "기록으로 확인되는 한 국무총리든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지금까지 (의장 허가 등 없이 대정부질문에 불출석하는 것은) 없던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