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추진하며 9개 거점국립대 1곳당 연간 900억원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는 세부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가 국립대 교원에게 인건비 상한을 초과해 월급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보수체계 개편안도 만들면서, 이재명 정부는 고등교육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기획위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거점국립대 1곳당 연간 9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예산안을 마련했다. 다만 국립대 9곳에 연간 900억원 가량을 나눠 예산을 배정할지, 거점국립대 3~5곳에 예산을 집중투자할지는 향후 유동적이다. 연도별로 지원 대상 거점국립대를 늘려가는 안도 검토됐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지원 범위를 정하는 것은 이제 교육부의 몫”이라고 했다.
국정기획위는 거점국립대에 재원을 투입해 학부·대학원을 동시에 지원하는 구상을 정부에 제시했다. 학부지원은 거점국립대 9곳에 동일하게 가더라도, 연구분야를 특화한 대학원 지원은 한정된 대학에 집중될 수 있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거점국립대 지원 확대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2~3개 국립대의 대학원을 지역 관련 산업과 연관된 분야로 육성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국립대 우수 교원 유치를 위해 규제 특례 활용, 인사혁신처 협의를 통해 인건비 상한액 초과 보수 지급’하는 방안도 담았다. 교원에 따라 총장의 연 보수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학계에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아 인재유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4년간 국립대 9곳의 교수 323명이 대학을 떠났다는 소식 등이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초중등 교육 분야에선 청소년의 마음건강 지원을 확대한다.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다룰 때 학내 1차 진단과 관계회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최근 부각된 위기학생의 증가가 꼭 과잉경쟁이나 학업스트레스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위기학생이 늘어나는 이유를 면밀히 파악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는 점에 집중했다.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국정기획위 사회2분과장)는 “학교의 대응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늘려, 병원 연계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에선 특목고·자사고·외고 존폐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목고·자사고·외고의 경우 존폐를 둘러싸고 일어난 자사고와 교육청간 소송에서 교육청이 연이어 패소한 점을 감안해 별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에선 사실상 특목고·자사고·외고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두고도 국정기획위 내부에서 논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와 경제분과에선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고, 사회분과에서는 반대했다. 경제분과에선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자치-행정자치를 통합해 교육재원을 지방자치 재원에 흡수하려고 하고, 교육계에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교육자치 및 교육감 직선제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