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예산을 총액 한도 안에서 부처별로 자유롭게 편성하는 ‘톱다운(Top-down, 총액배분·자율편성)’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채택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시도한 방식으로 기획재정부에 집중된 예산 권한을 각 부처로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기재부 내에서는 효율적인 배분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123개 국정과제 중 ‘재정 운용의 투명성·책임성 강화’를 17번째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국정위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부처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출 한도 미준수 페널티를 강화해 톱다운 예산제도를 실질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예산은 기재부가 각 부처 세부 사업 예산까지 관여하는 형태지만, 앞으로는 기재부가 정한 총액 한도 내에서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톱다운 방식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각 부처가 재정 당국의 예산 삭감을 우려해 필요 이상으로 예산을 과다 신청하는 문제를 줄이고, 부처에 자율권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제도에서는 각 부처가 할당된 예산 한도 안에서 스스로 사업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국정위는 ‘국가재정전략회의’ 명칭을 ‘국가재원배분회의’로 바꾸자고 했다. 지금처럼 기재부가 작성한 국가 재정 계획을 그대로 승인받는 구조를 바꾸고 부처 간 수평적 토론을 통해 재정 우선순위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기재부는 전면적인 톱다운 방식 도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부처 이해관계에 휘둘려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톱다운 방식을 도입해 자율성을 줬더니, 각 부처가 총액 내에서 국민에게 배분하는 예산은 줄이고 공무원이 해당 사업 관리를 위해 쓰는 ‘관리 운영비’를 증액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부처에 어느 수준까지 자율성을 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국회 예산 심의권 강화안도 내놨다. 이를 위해 국정위는 “정부 증액 동의가 필요한 헌법상 ‘각항’의 의미를 명확화”하겠다고 했다. 헌법은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항’을 증액하거나 새 항목을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한다. 국정위 관계자는 “‘각항’ 단위는 증액할 수 없더라도 그 아래 세부 항목은 국회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각항’의 정의를 명확히 하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오차가 일정 규모 이상 발생할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사유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는 2023~2024년 2년 연속 87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을 때, 기재부가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지방교부세 등을 임의로 삭감해 논란이 된 전례를 막으려는 조치다. 또한 예비비 사용내역에 대한 국회 보고도 강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