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앉아야 출발하는 게 왜 투쟁? 서울버스 사연 보니

2025-05-09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준법운행’ 투쟁에 돌입했다. 승객이 착석하기 전엔 출발하지 않거나 다른 버스를 추월하지 않는 등 서울시 안전운행 기준에 맞춰 운전하는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노동 환경이 준법운행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9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7일 준법운행 투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평소 안전 매뉴얼에 따라 버스를 운행하면 배차 시간을 지키지 못해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었다”며 “지금도 버스 운수 회사들이 운전기사들에게 준법운행을 자제하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민간 버스 운수회사에 보조금 개념의 ‘성과 이윤’을 지원해왔다. 매년 64개 버스 운수회사를 정량평가해 9개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하고 성과 이윤을 차등 지급한다. 버스 한 대당 받을 수 있는 최대 성과 이윤은 372만원이고, 최하위 등급일 경우 아예 받지 못한다.

운수 회사들은 시내버스 운영만으론 별다른 영업 이익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한 운수회사 관계자는 “운수사들 평균 영업 이익률은 2%대”라며 “결국 버스 회사들의 재정 건전성에 성과 이윤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평가 요소 중 ‘배차 정시성’은 등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버스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지, 배차 간격이 일정한지 등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배점은 90점이다. 첫·막차 시간 준수 여부(40점), 운수 종사자 교육 여부(30점), 저상버스 보유율(20점) 등 다른 항목과 비교할 때 배점이 높아 변별력이 크다. 일부 운수회사는 배차 간격을 지키지 못하는 버스에 단말기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문제가 반복될 경우 기사를 징계하기도 한다.

버스 기사들은 배차 시간을 지키려면 안전운행 매뉴얼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버스 기사 A씨는 “배차 간격이 9분인데 녹색 신호를 한번 놓치면 2~3분을 기다려야 한다”며 “어르신이 타더라도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기가 쉽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배차 간격을 운수회사가 정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정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조는 이미 대부분의 노선이 서울시가 정한 ‘최소 인가 운행 횟수’로 운행되고 있어 더는 배차 간격을 늘릴 수 없다고 반박한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강동구 천호역을 오가는 4819번 버스의 경우, 총 35대의 버스가 오전과 오후 각각 2회씩 하루에 총 140회 운행한다. 이는 서울시가 의무화한 최소 운행 횟수다. 4819번 버스가 최근 준법운행 투쟁을 하자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하루 총 운행 횟수는 136~137회로 줄었다. 해당 노선의 버스 기사 B씨는 “서울시가 최소 운행 횟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준법운행을 하며 배차 정시성도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차 정시성을 평가하는 것은 시민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부득이한 부분”이라면서도 “승객 안전을 위해 버스 기사들이 안전운행을 하도록 운행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버스 기사와 운수회사가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이의 신청 등을 적극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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