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인도 가능 시신 극히 일부
유가족 “신원 확인까지 장례절차 중단”
태국 여행에서 돌아오다 여객기 폭발 참사로 공항에 내리지 못했던 희생자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입국장에 마련됐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모두 수습됐지만 시신 훼손으로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장례절차도 미뤄지고 있다.
30일 전남도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무안국제공항 1층에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무안공항 1층에는 입국장이 있다. 이 분향소는 정부가 이날 오전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설치한 ‘정부 합동분향소’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했던 제주항공 7C 2216편은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무안공항에서 이틀째 머물며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던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10여명의 유가족 대표로 구성됐다. 박한신 협의회 대표는 “유족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오후 늦게 사망자 179명의 시신이 모두 수습됐지만 신원 확인은 더디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41명이다.
일부 희생자들은 사고 당시 충격으로 시신이 크게 훼손돼 가족과 DNA를 비교해야 신원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성년자도 등도 DNA검사가 필요하다.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장례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시신을 인도받으려면 경찰의 검시조서보고서 작성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안, 피해자 유족 조사작성, 검사의 인도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희생자이 시신이 ‘검안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현재 온전한 모습의 시신은 5구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경찰은 사망 원인이 명백해 희생자 시신에 대한 부검은 필요하지 않지만 사망자의 시신을 복원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국의 검시 요원 4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가족 협의회는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는 가족들이 원하면 먼저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날 오후부터 시신을 보관하고 위해 임시안치소에 이동 냉동고를 배치했다.
유가족 협의회는 “본격적인 희생자들의 장례절차는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된 이후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안스포츠파크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종일 시민들과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분향소를 찾은 사람은 1300여명에 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겸 원내대표,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정치권의 발길도 잇따랐다.
우 의장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장례 절차를 잘 치르고 진상규명도 제대로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