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넘치는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청소년 종합격투기(MMA) 스포츠 대회인 ‘고교천왕’이 탄생한 배경이다. 서울 강남에서 뷰티·미용 업체를 운영 중인 이민영(45·사진) 대표는 3년 전 이 대회를 만들었다. 호리호리한 외모와 MMA가 어울리지 않지만 목표는 분명했다. 이 대표는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3회 대회의 경우 52명이 참여했다. 격투 체육관 등에서 실력을 쌓은 청소년들이 도전장을 냈다. 출전 결정은 부모 등 보호자의 허락 아래 이뤄졌다. 참가 청소년들은 지난달 19일 결승전까지 3개월 동안 전문 코치로부터 체계적인 MMA 훈련, “인사부터 잘해야 한다”는 인성 교육도 받았다.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에도 나섰다.
고교천왕 참가를 계기로 ‘날 것’ 같았던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떠났던 한 청소년은 ‘배움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또 SNS 메시지로 오는 상대방의 시비를 정중히 거절할 줄도 알고 스포츠지도자로 꿈을 키우는 청소년도 있다. 이 대표는 “강함이 다인 줄만 알던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뷰티·미용업 이력과 종합격투기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10년 전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인 AFC와 인연이 됐다. 처음에는 선수 후원으로 시작했다가 대회 연출, 기획까지 맡았다. 종합격투기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어른의 단단한 보호 아래 아이들이 뛸 놀이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또 청소년들에게 다시 오지 않을 고교 시절에 멋진 도전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심어주고, 좋은 벗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애들 데리고 싸움시킨다’는 비난도 나오는데.
“일부 편집된 유튜브 쇼츠를 보고 그런 비난을 하는 것 같다. 참가 선수들은 대회를 준비하며 정말 몰라보게 달라진다. 함께 땀 흘리고 훈련하며 스포츠 정신을 배우게 되면서다.”
어떻게 달라지던가.
“입만 열었다 하면 거침없이 욕설을 뱉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꼴통’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욕설을 차츰 줄이더니 어느 순간에는 아예 하지 않더라. 자신이 뱉은 말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낄 줄 알게 된 거다. 또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너희들이 ‘최고’라는 의미로 모두 짱이라는 호칭을 붙여줬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는 대회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됐다.”
대회 운영은 어떻게 하나.
“대회를 한 번 치르면 마이너스다. 그래도 MMA 전문 심판팀을 두고 의료진을 배치하는 등 대회를 안전하게 치렀다. 다행히 대회 취지에 공감해 여러 곳에서 운영에 필요한 도움을 주셨다. 올해 최종 우승자에게는 신안산대 스포츠지도학과 장학 입학 특전이 주어졌다.”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도 벌이는데.
“고교천왕 8대 강령을 따로 뒀다. 학교 폭력 등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천왕 대회에 출전하려면 과거 학교폭력 등으로 처분을 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 참가 선수들에게도 학교폭력 근절 서약을 받는다. SNS상에서도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MMA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확정됐다.
“관심 없는 스포츠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선수들 경기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 국내는 기반이 아직 약하다고 생각한다. MMA도 권투, 레슬링 같은 스포츠다. 소년체전에 권투 종목이 있듯이 MMA도 청소년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