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여정이었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뛰고 국가대표 선수로도 뛰면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세계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배구 여제' 김연경(37)이 선수로서 코트와 작별했다. 김연경은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2025~2026시즌 V리그 개막전이 끝난 뒤 은퇴식에 나섰다.
2024~2025시즌 정관장을 비롯한 6개 구단이 준비한 은퇴 투어 행사와 올해 5월 18일 자신이 만든 초청 경기인 KYK인비테이셔널 때 약식 은퇴식을 치렀고 이번 행사는 친정팀 흥국생명이 마련해준 공식 은퇴식이었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프로로 입문한 2005~2006시즌 이후 국내외 리그와 국제 대회에서 늘 주연을 맡았다.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만 2005~2006부터 2006~2007, 2007~2008, 2020~2021, 2022~2023, 2023~2024, 2024~2025시즌까지 일곱 번이나 받았다.
챔프전에서도 2005~2006, 2006~2007, 2008~2009시즌에 이어 은퇴 시즌인 2024~2025시즌까지 흥국생명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고 챔프전 MVP에 올랐다.
그는 여자 국가 대표팀의 주축으로도 활약하며 2012 런던 올림픽에 이어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의 4강 진출에 앞장섰다. 흥국생명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은퇴 직전 마지막 시즌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김연경으로서는 친정팀이 마련해준 은퇴 행사가 뜻 깊을 수밖에 없다.
은퇴식에서는 김연경의 선수 시절 영상 상영에 이어 흥국생명 구단이 김연경이 설립한 KYK재단에 유소년 배구 발전 등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금을 전달하는 순서가 진행됐다.
우승 반지와 모형 인형 전달식 이후에는 흥국생명의 주장이자 ‘절친’인 김수지가 등번호 10번이 들어있는 기념 액자를 선물했다. 김연경은 이영하 흥국생명 단장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부모님과도 마지막 무대의 추억을 새겼다.
은퇴식 이후에는 김연경의 등번호 10번에 대한 영구 결번식이 이어졌다. 우측 관중석 천장에서 김연경의 등번호가 새겨진 통천이 내려졌고 사회자가 큰 소리로 영구결번을 선언했다.
프로배구에서 영구결번은 남자부 OK저축은행에서 뛴 외국인 거포 로버트랜디 시몬(등록명 시몬·등번호 13번)과 현대캐피탈에서 뛴 문성민(15번),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이효희(5번), IBK기업은행의 김사니(9번)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김연경은 한일전산여고 시절부터 10번을 달아 흥국생명에 몸담을 때는 물론 일본 JT 마블러스, 터키 페네르바체, 엑자시바시, 중국 상하이 등 해외 무대와 한국 대표팀에서 줄곧 10번을 유지했다.
김연경은 영구결번식 직후 마이크를 잡고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재단과 아카데미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면서 "이렇게 선수들을 도와주는 게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선수로서 여기를 떠나지만 흥국생명 선수들을 많이 응원해주시고 삼산체육관이 가득 차게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를 마친 뒤 플로어를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줄지어 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은퇴 후 친정팀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로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