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세계 각국의 피부병 유행과 국민 관심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국가별 피부질환 통계를 명확히 집계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모델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면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4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나정임 피부과 교수와 한승석 박사(아이피부과 원장)이 자체 개발한 피부질환 AI '모델 더마톨로지(ModelDerm)’의 전 세계 사용 기록을 분석해 국가별 질환 빈도와 관심도를 시각화하고, 플랫폼(stat.modelderm 닷컴)을 통해 공개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피부암부터 양성종양, 검버섯, 사마귀, 모낭염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 달간 사용자들의 한 달간 피부질환 판독 기록을 국가별로 보여준다. 데이터는 1시간마다 자동 업데이트되고, 플랫폼에 접속하면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 전 세계 피부질환 유병 현황에 관한 정보를 담은 일종의 지도인 셈이다. 단순 발병률 현황 외에도 각 지역 환자들이 어떤 피부질환에 관심을 보이는지도 실시간 반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공중보건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WHO 등 기존 국제 보건감시 체계는 피부질환 중에서도 피부암이나 아토피 등 일부 질환만을 집계하고 자료 갱신에도 수년이 걸렸다. 지역별 세부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기 어려웠던 실정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 최초의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이 한국의 임상 데이터 15만 건과 모델 더마톨로지의 글로벌 실사용 데이터 169만 건을 토대로 성능을 검증한 결과 피부암 진단에서 민감도(암을 정확히 찾아낼 확률)는 78.2%, 특이도(암이 없는 사람을 올바르게 구분할 확률)는 88.0%에 달했다. 또 피부암이 북미에서 비교적 흔하고(2.6%), 양성 종양은 아시아(55.5%), 감염성 질환은 아프리카(17.1%)에서 두드러지는 등 질환별 지역 분포에서 의미있는 차이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

나정임 교수는 “AI 진단 솔루션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국가별 피부질환 현황을 ‘일기예보’처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며 “기존의 글로벌 보건감시체계가 담지 못하는 정보를 제공해 세계적인 피부질환 트렌드를 더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 더마톨로지는 2017년 한 박사가 개발을 주도한 AI 알고리즘으로, 피부 병변 사진을 업로드하면 관련성 있는 피부질환 정보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찾아준다. 모바일 앱을 다운받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전 세계 228개국에서 약 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9개 대학과 스위스 바젤대학, 칠레 가톨릭대학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파트너 저널 디지털 메디신’(npj Digit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