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내 대놓고 뺏은 불륜…연 860억 버는 루체른 만들다

2025-08-21

김호정의 더클래식 in 유럽

이달 15일 스위스 루체른의 호숫가. 더위에 손부채질을 멈추지 못하는 관광객이 북적였다. 오후 5시 즈음 우아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이들이 섞여들었다. 호수에 바싹 붙어있는 반짝이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루체른은 유럽의 음악제 중에서도 유독 부유한 향기가 난다. 루체른 축제는 연간 약 1800만 스위스프랑(약 31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데 그중 약 91%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그 91% 중에서 약 44%가 공연 티켓 판매 금액이다. 그리고 47%는 회사, 재단, 개인 후원자로부터 받는 후원금이다. 줄잡아 계산해 보면 후원금이 연간 약 770만 스위스프랑, 즉 130억여원이다.

우아한 무리 대부분이 바로 그 후원자들이다. 이날은 올해 루체른 축제의 정식 첫 연주가 열렸다. 오후 6시30분 공연에 두 시간 앞서 리셉션이 시작됐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보라색 기념 팔찌를 받아 걸고 공연장 로비에 입장한다. 케이터링 직원들은 귀티 나는 음료와 술, 캐비아와 송어 같은 다양한 음식을 끊임없이 제공했다. 로비를 가득 채우는 대화에는 독일어·프랑스어·영어가 섞인다.

루체른 축제는 매년 4500만~5000만 스위스프랑, 즉 780억~86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했다. 주최 측이 올 1월 발표한 조사다. 축제 방문객은 매년 9만5000명. 이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2.3배의 돈을 쓰고, 숙박 기간도 평균 4박으로 2배다.

이 번쩍번쩍하는 축제, 스위스에 돈을 벌어 주는 축제(예산 중 95%는 스위스 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원을 따라가 보면 추방당한 한 남자, 그리고 떠들썩했던 러브 스토리, 세간이 혀를 찼던 불륜에 역설적인 위대한 예술을 만나게 된다.

그 시작을 찾으려면 지금의 럭셔리한 리셉션이 열리는 공연장, 장 누벨이 설계한 호숫가의 KKL(Kultur und Kongresszentrum Luzern)에서 2㎞쯤 호수를 따라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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