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군 이래 최대 규모 월북 사건’으로 꼽히는 강태무·표무원 사건과 관련한 북측 제작 영상이 국내 영화에 담겨 공개된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건국 전쟁2: 프리덤 파이터’를 통해서다. 이를 계기로 군 내부에서 진행 중인 강태무·표무원 사건의 진상 규명 작업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건국전쟁 2’를 제작한 김덕영(60) 감독은 31일 중앙일보에 “1945년 8월 15일부터 1950년 6·25 전쟁 발발까지 소위 ‘해방 정국’에서 좌익 세력의 활동을 취재하던 중 올해 2월 미 국립기록문서보관청(NARA)에서 강태무·표무원 관련 희귀 영상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강태무·표무원 사건은 1949년 5월 5일 강원 춘천지구에 주둔하던 육군 8연대 1·2대대장 표무원·강태무(당시 소령)가 북한군과 미리 짠 뒤 부대원 700~800명을 이끌고 38선을 넘은 사건이다. 여기에는 1년 전인 1948년 여수·순천 사건으로 인한 숙군(肅軍) 정국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강태무가 이끌고 간 2대대 소속 이강종 이병의 아들 이선재씨는 올해 5월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 아버지 이 씨에 대한 명예회복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중앙일보 6월 25일자 1·6면 보도)
김 감독이 공개한 원본 동영상 파일은 5분 8초 분량이다. 북한 앵커의 내레이션과 ‘이승만 괴뢰 정부를 타도하자!’는 자막이 들어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 당국이 1949년 5월경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김 감독의 주장이다. 영상에는 강태무·표무원 부대가 열차를 통해 평양역에 도착한 뒤 군용 차량 10여대가 시가행진 등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당시 북한 정권은 강태무·표무원 월북 사건을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내레이션을 통해 강태무 부대가 “의거(義擧) 월북”했다면서 “소위 국방군(국군)의 소굴을 떠나 철원을 비롯한 문산·양덕·성천 등 부대가 지나는 곳곳마다 전체 인민들은 찬사를 보냈다”고 선전했다. 이번 일이 “이승만이가 기둥처럼 믿고 있는 소위 국방군까지도 (이 정부를)반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영상 속 강태무·표무원은 시민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밝은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다. 반면 평양 시가행진 등에 동원된 병사들은 굳고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군용 차량에 실려 이동할 때도 밀집해 앉아 있을 뿐, 시내를 둘러보거나 웃음을 보이는 병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강태무와 표무원의 지휘를 받은 대부분의 부대원은 통상의 군사 작전으로 알고 월선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휘관의 백기 투항 지시를 거부한 채 북한군과 교전을 벌였고, 300여명만 귀대했다. 일부는 현장에서 전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북한에 남아있는 부대원 역시 사실상 납북 피해자였지만, 남북 간 체제 경쟁 속에서 이 사건을 불명예로 여겼던 군 당국은 기록을 상세히 남기지 않았다. 오랜 기간 군 차원의 진상 조사도 이뤄진 적이 없다. 김 감독은 “강제로 끌려간 병사들의 경우 일부는 평양에 남았다는 설도 있지만, 기록이 없어 이를 확인할 길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