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미술품 구매~보관~향유 가능한 서비스 구축해야

2024-10-10

현대 수장고 필요성

MZ세대 최근 3년 7.5점 구매

구매 총액 평균 5천만원 미만

5억 이상 구매자도 20% 차지

딜러 겸 컬렉터 ‘딜렉터’ 탄생

수집 통한 만족감이 전부 아냐

SNS 공유하고 소통하며 즐겨

수장고, 작가·자본가 중심 이용

비용·공간 부족 탓 접근성 열악

니즈 파악 시장 활성화 유도를

미술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2030 MZ세대들의 미술품 구매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계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미술품 구매에 1억 원 이상을 소비한 MZ세대들은 국제적 작가의 작품 구매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품은 주로 아트페어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해외 온라인 플랫폼 또는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컨택할 정도로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가진 것으로도 확인되었다.

MZ세대들의 미술시장에서의 적극 소비는 2~3년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MZ세대의 70%가 ‘투자의 목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말해, 아트테크를 위한 미술품 수집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설문에 참가한 MZ세대 전체 구매자는 최근 3년간 미술품을 평균 약 7.5점 구매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중 MZ세대 상위 구매자는 약 20.8점을 구매하는 소비 추세도 보였다.

구매 총액도 MZ세대의 3년 동안 평균이 5천만 원 미만인데 반해, 상위 구매자의 80%는 1억 원 이상~5억 원 미만을 소비했고, 5억 원 이상도 20%에 육박했다. 과거에는 젊은 세대의 그림 구매는 드물었을뿐더러, 수집하는 것이 단순히 본인 만족을 위한 취미와 관심사 정도로 여겨졌다. 때문에 기존 세대들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정서적 만족감이 주를 이루는 구매 심리였다면, 오늘날은 ‘공간 인테리어’ 목적에 비중이 높고, 재테크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실용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물 캔버스뿐만 아니라 NFT와 같은 디지털 아트 시장의 활성화도 소비를 이끄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2030 젊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미술작품을 공유하고 구매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재테크 목적으로 구매한 미술품은 장·단기 투자 목적으로 재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작품 재판매 경험도 48.2%에 달할 정도로 2030 젊은 MZ세대들이 딜러이자 컬렉터인 ‘딜렉터’ 면모를 점점 갖춰가고 있다. 또한, 본인 취향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고 외국어 능력이 활발한 MZ세대의 성향으로 인해 국내외 딜러와 갤러리의 네트워크가 빠르게 형성될 것이라 전망된다.

그런데 이쯤에서 필자에게 드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젊은 세대들의 미술품 구매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들이 수집하는 ‘작품들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가’이다. 필자의 경우, 각종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관람하며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하나둘 구매할 때가 있는데, 주로 인테리어 목적으로 생각하고 구매하다 보니 배치해 둘 곳이 마땅치 않으면 소비가 꺼려지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매번 전시에 참여할 때마다 수집 욕구가 끓어오르지만, 작품을 보관하거나 전시할 공간이 없어 주저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컬렉터들에게뿐만 아니라, 창작 예술가들의 입장에서도 작품 판매 및 수익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어 고려해봐야 할 점이 아닐까 시사해본다.

소량의 작품을 구매하는 필자도 이러한데, 하물며 다량의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어떨까. 이와 관련된 사례로, 90년생 한 젊은 디렉터 부부는 직접 개인용 수장고를 마련한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컬렉팅을 해오던 30대 초반의 부부는 작품을 수집하며 늘 수장고를 꿈꿨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기존 수장고는 이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3년간 가까운 곳에서 소장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매어 신촌점에 개인용 수장고를 마련한 것이다. 현재 200여 점이 넘는 미술작품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 부부에게 수장고는 그들만의 작은 갤러리이자 지인들과 함께 작품을 공유하고 소소한 파티를 여는 아지트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성 세대들의 경우는 작품을 수집하고 모으는 그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부분이 컸지만, 지금의 MZ세대들의 소비 성향은 다르다. 자신이 가진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때문에, 수집한 작품을 방 한쪽 구석에 가만히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SNS나 오프라인에 작은 전시 공간을 빌려 갤러리 형태로 노출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들이 미술품을 향유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대형 수장고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젊은 딜렉터들과 예술가들은 수장고에 대한 이용 경험이 매우 드물다. 이유는 위치적, 비용적 접근성과 수장고 공간 부족의 문제 때문이다. 주로 유명한 인기 작가들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컬렉터들이 수장고 이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실정이다. 또한, 대부분 보관용으로만 관리되기 때문에 MZ세대들의 소비 성향을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다.

이에 필자는 예술산업계의 종사자로써 미술시장의 규모와 소비가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젊은 아트 컬렉터들을 위한 보관 관리 서비스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피력해본다. 예술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MZ세대들이 이제는 관람을 넘어 소비에도 적극적인 가치 투자를 하고 있는 반가운 소식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니즈를 미리 파악하여 딜렉터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미술시장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시너지가 형성될 수 있길 바라본다. 젊은 컬렉터들과 예술작가들 모두 경제적 문화적으로도 넉넉하게 웃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예술산업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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