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시대 네트워크 전략 과제로 해저케이블 안전 강화 대책을 담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이 세계 시장에서 AI 네트워크와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 인프라로 부상하며 체계적 대응과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움직임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AI 시대 네트워크 전략(가칭) 과제로 해저케이블 안전·활성화 대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AI 3대 강국을 위해선 통신망과 위성통신, 해저케이블 등이 중요하다”며 “AI에이전트끼리 소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을 대비해 어떤 인프라를 잘 확보하는 게 중요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AI 네트워크 전략 구체 아이템으로 해저케이블 전략을 검토하는 단계다.
해저케이블 통신망은 타 국가와의 통신 트래픽 99%를 처리하며 중요통신시설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통신 3사가 지분투자 또는 임대방식으로 국내에 제공하는 해저케이블 총 시스템 용량은 지난 2023년 200Tbps를 넘었으며, 지속 증가하고 있다. 약 1000만 이상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동시에 UHD급 화질(25Mbps)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용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AI 네트워크 안전 차원에서 해저케이블 정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저케이블이 절단될 경우 국가적인 대규모 인터넷 망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해저케이블을 민간·사업자들이 관리하는 데 다른 중요정보통신시설 지정에 따른 대응 매뉴얼이 존재하는데, 보다 체계적으로 위기 예방·대응 체계를 마련해 통신망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중화 체계 등 해저케이블 관리를 위한 안전 대책·규정을 통해 가이드가 제시될 전망이다.
또, AI 시대 네트워크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방대한 연산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트래픽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통신사의 해저케이블은 확보 용량은 해외사업자들과 상호접속 협상 등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과 전략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해저케이블 중요성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 통신망을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 NEC 등에 수천억원씩의 국고 보조금을 투입해 포설 선박 등을 지원키로 했다. FT는 최근 일련의 유럽 해저케이블 절단 사태 등을 들며, 안보에 관심을 촉구했다.
한 통신 전문가는 “해저케이블은 AI 못지 않게 기술 주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충분한 용량 확보와 함께 안전 관리, 장애시 우회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