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강화되며 5년간 2배 이상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규제 강화와 암호화폐 리스크 대응이 맞물리며 비금융 분야까지 AML 시스템이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글로벌 리서치업체 주니퍼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ML 시스템 지출 규모는 2025년 339억달러에서 2030년 750억달러로 121% 증가가 예상된다.
은행권이 전체 AML 투자의 3분의 2 가량인 전체 시장의 64%를 담당하며, 인공지능(AI) 기반 거래 모니터링과 고객실사(KYC), 이상거래탐지(FDS) 체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60개국 10개 산업(은행, 핀테크, 보험, 투자,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AML 시장을 분석했다.
AML 투자 확대 주요 배경에는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이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부터 자금세탁방지기구(AMLA)를 출범시켜 암호화폐 기업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여부를 직접 감독하기 시작했다. 2027년에는 단일 AML 규칙을 시행해 회원국 전역에서 동일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규정 위반 시 최대 1000만 유로 또는 연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주요국도 2025년을 기점으로 AML 법제화를 강화하며 글로벌 공조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AI 등 기술 고도화도 AML 시스템 확대 토대를 마련했다. 자금세탁방지 기술은 기존 규칙 기반 탐지형 모델에서 예측형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 데이터와 패턴에 따라 사태를 사후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머신러닝, 그래프 분석 등 신기술이 결합하며 거래 행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추세다.
암호화폐 확산도 AML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블록체인 거래 익명성을 악용한 세탁 행위를 막기 위해 실시간 블록체인 분석과 암호자산 감시 기능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AML 규제 범위는 금융권을 넘어 비금융권으로 점차 확산 중이다. 유럽연합은 AML 관련 규정을 금융권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자, 스포츠클럽, 명품업체 등도 AML 의무 대상에 포함했다. 향후 디지털 자산, 결제 등 다양한 영역이 접목된 비금융 산업에서도 AML 시스템 도입이 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AML 솔루션 상위 공급업체로는 렉시스넥시스 리스크솔루션(LNRS), 오라클(Oracle), 익스페리언(Experian)을 꼽았다. 이들 기업은 AI 기반 거래 모니터링,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API 연동 등으로 AML 기술을 고도화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요구 수준에 걸맞게 AML 체계를 재정비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자금세탁방지 전담 조직을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보고책임자를 분리 선임하는 등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AI와 데이터 솔루션 기반 시스템으로 리스크 방지에 주력 중이다.
보고서는 “강화되는 규제 환경과 신흥 금융기술 확산 속에서 AML이 단순한 준법 활동을 넘어 금융권의 핵심 리스크 관리 체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AML 시장은 탐지에서 예방으로, 수동 대응에서 능동 통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